한국일보

시니어의 설계

2018-01-13 (토) 송영옥/ 은퇴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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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년기에 들어선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전쟁 6.25의 참혹한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요 4.19, 5.16의 사회 격동기를 체험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이민 보따리 싸들고 미국으로 대 이동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시절을 잘 만나 공항에서 영주권 받고 이민자에게 관대할 당시에 외국에서 받은 교육을 인정받아 인턴 쉽 받고 약사 면허 따고 무사히 사회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육순 잔치때 동네에 떡 돌리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지금은 벌써 정년 퇴직후 20년 내지 30년을 더 살 수 있을 만큼 장수시대가 되었다. 세월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이제는 나만을 위한 공간만이 남았으니 100m 경주자로 빨리 내려 갈 것인가 장거리 선수가 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일생동안 열심히 일한 후 좀 쉴까 했는데 복병으로 숨은 노인성 질병에 넘어질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도 편하고 국가도 편한 시니어의 설계를 세워 본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의 명언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 한다” 내 맘에 쏙 드는 말이다. 지병이 없으니 예방 차원에서 나의 좌우명이 되어 음식이 약이라는 신념으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한다. 세상에서 좋다는 식재료는 미국에 다 몰려 있어서 선택도 풍부하니 맞춤형 음식을 먹고 즐기면 엔돌핀이 저절로 나올 것이고 천연 힐링을 즐길 수 있으리라.


제일 먼저 느끼는 노년의 불편은 시력이다. 눈에 좋다는 불루베리, 딸기, 홍당무, 견과류는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다. 그래도 미심쩍어 유일하게 내가 복용하는 약은 눈 비타민이다. 노인성 골절을 막기 위해 칼슘은 멸치, 두부에서 충분히 섭취되고 비타민 D는 햇빛에서 받으면 체내에 2일을 머물고 연어, 늘푸른 생선 등 음식물로 섭취되면 체내에 1일 머문다고 한다.

여름에는 마당에서 야채 심고 꽃 가꾸면서, 겨울에는 동네를 산책하던 가 덱에서 햇볕을 쪼인다. 치매 방지를 위해 호도도 열심히 먹어주고 녹색 야채도 즐긴다. 머리 굴리기 위해 수도쿠도 하고 정규적으로 잡지를 보며 사전 찾아서 열심히 영어 공부도 한다. 한인 식단에 빠지지 않는 발효 식품인 김치, 된장찌개는 소화도 돕고 면역도 증진시키며 중금속 해소 시키는 미역국과 김, 어찌 보면 한국식 음식이 다 건강식이니 한국도 조만간 장수 국가로 부상 할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정규적으로 어딘가 갈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아 휘트니스에 간다.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며 뛰는 모습에 자극 받아 근육량 감소 방지와 튼튼한 뼈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과 더불어 운동한다. 시간 많은 백수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소통의 장소도 된다.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 마음을 지키기 위해 매사 진전하는 자세로 하루를 지킨다. 이 땅에서 하늘의 뜻과 땅위의 뜻을 순리대로 따르고 지금까지 지나며 다 잃은 줄 알았던 그루터기에 기대 앉아 남은 시간을 여유롭고 부족한 듯 보내리라.

<송영옥/ 은퇴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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