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2025-03-17 (월) 07:58:02 윤관호/국제 PEN 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크게 작게
성 패트릭의 날(Saint Patrick’s Day)은 영국인으로 아일랜드에서 기독교를 전도한 성 파트리치오 (Patracius 386년~461년)를 기념하는 날이다. 성 파트리치오가 선종한 날인 3월 17일에 축제를 연다.

이 날은 아일랜드와 영국, 캐나다에서 공휴일이다. 성 파트리치오는 4세기에 영국에서 태어났다. 16살에 해적에 납치되어 아일랜드로 끌려가 노예로 지냈다.

그는 꿈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배를 타고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와서 신학을 공부하여 사제가 되었다. 그는 432년 다시 아일랜드로 가서 다신교를 믿었던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30년 동안 기독교를 전파했다.


아일랜드에서는 9세기경부터 패트릭 성인을 기리며 세인트 패트릭 데이를 기념해왔다. 17세기에 패트릭 성인이 세상을 떠난 3월 17일이 교회의 공식 축일로 정해졌다. 1903년부터 아일랜드에서 이 날을 국경일로 기념했다.

1931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처음으로 세인트 패트릭 데이를 맞이해 거리 행진이 펼쳐졌다. 1996년 3월 17일에 ‘세인트 패트릭 페스티벌’ 이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개최됐다.

세인트 패트릭 데이에는 녹색 옷과 녹색 모자, 녹색 리본을 착용한다. 녹색은 패트릭 성인이 아일랜드 이교도들에게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설명하기 위해 토끼풀을 사용한 일화가 퍼지면서 패트릭 성인을 상징하는 색깔이 되었다.

축제의 꽃인 퍼레이드에는 패트릭 성인의 인형을 앞세우고 아일랜드 민속 음악을 연주하는 백파이프 악단이 참여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악대들이 뒤를 따른다.

3월 17일에는 아일랜드뿐 아니라 캐나다 퀘벡, 미국 뉴욕,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축제가 열린다. 아일랜드는 7백여 년 동안 영국의 지배로부터 독립전쟁을 통해 1922년 독립되었다.

1845년 감자잎마름병으로 인한 대기근의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이주했다. 아일랜드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을 기념하는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민족문화와 전통을 즐기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오래 전에 뉴욕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St. Patrick’s Cathedral) 근처에 있는 빌딩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그 당시 세인트 패트릭스 날, 5번가(Fifth Avenue)로 행진하는 많은 아일리쉬(Irish)계 미국인들을 보았다. 존 에프 케네디 미국 제35대 대통령과 제47대 조 바이든 대통령도 아일리쉬 이민자 후손이다.

우리집 옆집에 살던 Patricia라는 아일리쉬 여인은 독신으로 연로한 어머니와 살었다. 그녀는 우리 아이들의 생일에는 잊지 않고 선물을 주곤 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별세한지 6개월만에 지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캐톨릭 성당에서 있었던 두 분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했다. 그때 마다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아릴랜드 민요에 가사를 입힌 ‘오 대니 보이(Oh Danny Boy)’ 가 성가대의 노래로 애잔하게 울려퍼졌다.

<윤관호/국제 PEN 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