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인 친구

2018-01-12 (금) 장선효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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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친구

장선효 UC버클리 학생

일본어를 전공한다고 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왜 일본어를 공부해?” 대부분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냥 좋아해서” 내 대답은 항상 단순하고 짧다.

그들은 잠시 침묵을 하고 있다가 요즘 일본 취업률이 오르고 있다며 갑자기 위로 섞인 말투로 나를 다독여 주려고 한다.

나는 역사를 좋아했다. 유치원생 때부터 사극 드라마를 제일 좋아했다. 한국에서 한자를 꾸준히 배웠고, 어른이 된 후에도 조선시대와 관련된 영화가 나오면 꼭 찾아가서 보는 편이다. 한국의 역사는 일본과 깊은 관계가 있고, 두 나라 사이에는 아직까지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항상 틀어 놓으신 뉴스에서는 ‘독도’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학교에 가면 항상 독도 문제를 이야기하며 친구들과 일본인을 질타했다. 일본은 마치 미운 4살짜리 꼬마 아이처럼, 바닥에 드러누워서 독도를 달라며 울고 떼쓰는 아이 같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ESL 교실에는 미국에 와서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한국인과 일본인이었다. 독도 문제로 두 나라가 서로 예민한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 눈치를 봐야 했다. 점심시간마다 다 같이 둘러앉아서 가져온 도시락을 나눠 먹고,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했지만, 우리 사이에는 가까워질 수 없는 선이 존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동그랗고 피부가 뽀얀 일본 여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대뜸 사과를 했다. 독도가 한국의 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독도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 나라의 정부를 탓하되, 모든 국민을 질타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그 순간 배웠다.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서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한국의 역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양국 간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타당한 합의안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고, 일본어 전공을 선택했다.

그 날 이후, 그 아이와 나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서로 의지하며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처럼, 두 나라의 미래에도 공통적인 역사인식을 통하여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

<장선효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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