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날아온 티켓

2018-01-10 (수) 12:00:00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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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편을 통해서 티켓을 하나 받았다.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티켓은 아니고 오페라나 심포니 뭐 그런 것도 아니다. 요즘 최고인기 워리어스 농구입장권도 아니다. 보자... 그럼 무슨 티켓일까?

교통위반 티켓.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편으로 받은 두 번째 교통위반 티켓이다. 거의 10년만이다. 생각해보니 첫 번째 티켓은 eMail Link 까지 있었다. 하긴 벌금 액면이 3백 달러가 넘었던 걸로 기억 되니 그 정도 서비스는 해볼 만하지 않았을까? 돈은 돈값을 한다고 누군가가 말한다.


Link 에 비추어진 영상은 가관이었다. 하얀 수건에 얼굴을 거의 다 감싼 어느 사나이 (나) 가 눈에 익은 하얀 미니밴 운전석에서 핸들을 움켜쥔 모습이 보인다. 대략 45도 각도로 핸들에 기댄 채 그냥 달린다. 앞만보며 달린다. 이어서 영상은 서서히 위로 움직인다.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보이고 있다.

끝. 노 아규멘트 데어. 그런데 만약 속도위반까지 점검했다면 아마도 벌금은 그 두 배 세배가 되었을 것 같았다. 후유, 벌금을 보내면서도 다행이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 감기아저씨가 나와함께 있었다. 며칠간 정종이다 꿀물이다 삼계탕이다 잘 대접 했는데도, 어쩜 그푸짐한 대접 때문인지, 영 떠나질 않고 아랫목 차지하면서 놀잔다. 때문에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정신없이 운전만 했었던 거다.

시골 촌구석 북가주 저쪽 Marysville 다운타운 이었다. 그런데 티켓 발송지는 애리조나 주 Tucsan 에서였다. 관민합동작전이다. 봉투 꼬라지 생겨먹은건 꼭 정크메일 같았다. 아마도 찢어버리는걸 바랬던 게 아닌가 생각도 되었다. 그러면 제때 지불하지 않은 벌금에 이자 어쩌고 하면서 수입이 올라갈 테니 말이다. 설마 하면서도 요즘 정부가 너무나 돈에 쪼들리는걸 보자니 하는 말이다.

이글을 쓰면서 컴퓨터 모니터 다른 한쪽의 이런저런 기사를 읽고 있는데, “Sex Robots might make men obsolete” 라는 제목이 스크린을 덮친다. Bloomberg News의 Charlie Nash 라는 기자의 글이다. 도대체 뭘 어쩐다는건가? 이래저래 인공지능 발달에 남자들의 쓸모가 점점 살아지나보다, 젠장.
아, 두 번째 티켓!

이건 돈값을 못하는 티켓이다. 밑지는 장사이자 울며 겨자 먹는장사. 그러나 법은 법이다. 액면이 50센트짜리 티켓이다. FasTrak 티켓. 요즘 베이에어리아 여기저기 불쑥 튀어나오는 이상한 길목이다. 분명 옆에 누가 있어서 무심코 들어가 달렸는데 그게 딱 걸린 거다. 그것도 옆에 사람이 거기 들어가면 안 된다고해서 일찌감치 나왔으니 망정이지 그냥 한없이 그 길을 달렸다면 돈 값하는 티겟이 날아왔을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이런 일이 분명 또 생길 터인데 차라리 여기에 쓰는 무슨 카드를 아예 미리 사두는게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50센트 때문에 청구서를 우표 붙혀 보내는거나 그걸 받아 수표를 써서 보내는 사람이나 정말이지 돈값 못하는 시간 낭비다.

산호세 일간지 ‘머큐리’ 의 인기칼럼 < Mr. Roadshow > 에서 요즘 이 Express Lane 에 대한 독자들과의 대화가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보니 우리 교포 매체들도 이런 도움이 되는 칼럼이 하나씩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자면 < 어찌 하오리까? > 뭐 이런 칼럼.

‘나는 그 여인을 이렇게 많이 좋아하는데 그 여인은 왜 나를 쳐다도 안보는 지요.’ ‘기계를 샀는데 쓸 줄을 몰라요’ ‘인터넷으로 산건데 엉뚱한 싸구려 물건이 왔어요’ 등등.
어찌 하오리까, 도와주세요, 멍멍.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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