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는 2017년의 뒷모습이 아쉽게 여겨지는 지난 12월 31일 오후5시, 좁은 노인아파트의 창문으로 겨울의 짧은 해가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숨어가는 석양을 향해 하염없이 바라보며 또 더해가는 나이를 서글프게 생각하고 있는데 똑똑 힘찬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출입문을 여니 예쁘고 앙증스런 꽃바구니를 건네준다. 보낸 사람의 카드를 보니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표세우’이다. 하얀 꽃바구니에 빨간 장미, 연분홍 카네이션, 물색 수국, 붉은 하이신스, 보라색 블루 데이지 그 외에 이름 모를 색색 작은 꽃들로 앙증맞게 꾸민 꽃바구니에서 짙은 꽃향기가 쏘옥 가슴에 파고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꽃바구니, 그것도 한해의 마지막 날 황혼이 깃든 시간에 묘한 감정을 느끼며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이 솟구쳤다. 꽃 한 바구니가 2017년의 모든 선물을 대표하는 것 같은 행복한 마음을 갖게 했다. 꽃바구니는 나만이 받은 게 아니다. 많은 노병들이 받았다고 했다.
나는 6.25참전유공자로서 오랜 세월 미국에 살면서 유공자회 회장으로 또 전시사관학교 전우회 회장으로 여러가지 행사를 하면서 대사관 국방무관을, 그리고 또 총영사를 대해 봤다. 총영사나 국방무관들은 여러 가지 중한 임무가 많은 줄 안다. 그래서인지 의례적 행사가 끝나면 거의 접촉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부임해 온 총영사나 국방무관은 이전 임직자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우리 노병들을 위로하며, 노병의 임종시에, 병원 위문에,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감사한다.
표세우 국방무관과 김동기 총영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90고개에 선 노병들을 대표하여 새해벽두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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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 전시사관학교 전우회장,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