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미국에서 중학생과 살아남기

2018-01-04 (목) 12:00:00 김선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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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연말 연휴기간은 할일없이 TV와 게임기를 왔다갔다만 하는 아들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몸상태가 찌뿌둥해지는 생리전 증후군으로 스케줄을 취소한 연휴 막바지 저녁, 틴에이저인 아들과 한바탕 하고 나니 답답했다. 당최 이놈을 어떻게 키워야 제대로 키우는 건지 막막한 마음에 도서관을 찾았다.

싱글맘으로 두 아들을 키운 하버드 대학 신경정신과 의사인 프랜시스 젠슨의 ‘Teens brain’이란 책을 보았다. 그의 책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십대 두뇌를 성인기로 가기 전 경험 미숙한 뇌로만 보지 말라는 점이다. 성인의 두뇌와는 전혀 다르게 신경회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뇌’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십대의 두뇌는 뇌의 회색부분이 과도하게 충만해 있고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백색부분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감정적, 생리학적 반응이 어른의 뇌와 다르다고 한다. 이 박사는 마치 ‘포르쉐 엔진에 GPS가 빠져있는 차’라고 비교한다.

그렇다면 왜 십대 아이들은 위험한 행동만 골라 하는 걸까. 왜 한겨울에 반팔 옷을 입고 오들오들 떨며, 스케이트 보드 타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을까. 이런 행동도 뇌성장 단계와 관련이 있다. 게다가 모든 중독에 약하다. 게임, 마약, 술, 담배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십대 두뇌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때 시작한 중독들은 손쓰기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틴을 둔 부모가 가장 염두해 두어야 하는 행동 지침 만트라는 ‘반응하기 전에 열까지 세기’라고 젠슨 박사는 조언한다. 또한 부모가 물리적으로 도와줘야 할 일은 ‘최대한 잠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라고 권한다. 잘자야만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아이큐도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저자는 10대 자녀와 책을 나눠서 읽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두뇌상태가 이렇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아이들과 싸우지 않고 자기가 하는 결정에 좀더 신중함을 가지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귀뜸해주었다.

십대 아이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봐주고 믿어주는 게 해법이란다. 그러면 20대가 되면 아이들의 두뇌가 성인으로 성장할까? 대학교, 20대까지도 성장이 더딘 애들이 태반이고 30대 정도나 되어야 한다는 나쁜 뉴스도 들어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애 낳는 걸 좀 생각해보는 건데… 낳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모의 길은 기나긴 여정이다.

<김선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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