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격쟁과 본립도생(本立道生)

2018-01-04 (목)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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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쟁과 본립도생(本立道生)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지부

꽹과리 치는 걸 ‘격쟁(擊錚)’이라고 한다. 이를 억울할 때도 쳤던 적이 있었다. 태종 때의 ‘신문고 제도’는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신문고가 궁궐 안에 있어서 일반 백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고, 왕에게 직접 알리는 데도 경로가 복잡해서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조선후기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정조 때에 이르러 ‘왕의 행차’에 꽹과리를 치면 멈추고서 자초지종을 직접 물었다고 하니, 소통의 가장 완벽한 방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슨 ‘목표’를 잡고 말고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세월이 빠르다. 새해니까 새롭게 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관성적으로 들린다.


2017년은 고국 한국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한해였다. 아직도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잘못에 대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고, 천연덕스럽고 뻔뻔하게도 보인다. 누렸던 위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변명과 회피, 비굴한 모습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세월’만큼이나 분통이 터지게도 한다.

탄핵 이후에 새로운 정부가 출발했지만 누구도 단시일 내에 뭔가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참고 기다리며 지지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굽힐 줄을 모른다. 지난날 도탄과 질곡의 골이 얼마나 깊었으면 지극히 ‘평범한 나라 운영’에도 70%대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교과서대로 하고 있다’ 고 문재인 정부의 지난 8개월을 평가하고 싶다.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을 세우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 논어에서 공자의 제자 유자가 했던 말이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기본이 무너져서 오는 것이요, 기본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범상(犯上)과 작란(作亂)이라고 했다. 즉, 가정에서 상하를 거슬리고, 사회적으로는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니 그 주동자를 처벌하여 나라의 안녕을 꾀해야 된다. 이건 누구나 해왔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여기까지라면 뭔가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유자의 철학에는 이 본립(本立)과 함께 무본(務本)을 두 차례나 더 언급한다. ‘기본을 세우고, 기본에 힘쓰자.’ 왜, 기본이 무너지는 지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데 까지 찾아내서 기본을 세워야 비로소 ‘안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려 2,500년 전의 생각이다.

생각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거의 평생을 살아온 사람 같으면 아무리 ‘잃어버린 균형’을 이야기해도 그게 단시일 내에 바로 설 리가 없다. ‘균형적 성찰’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게 무려 70년이다. 때로는 상황논리로 자신들만의 탐욕을 이리저리 갖다 붙이다보니 ‘국가의 기본’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흔들려 버렸다.


거대한 방송사 하나 허무는데 한명으로도 충분했다는 것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기본이 그만큼 허약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다르다. 그 확실한 것은 국민 모두에게 ‘꽹과리’ 하나씩이 들려 있다는 것이다.

원칙을 기본에 두고 융통성의 한계까지도 면밀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융통성이 없는 원칙’으로 국가가 경직되는 것도 그들은 있는 그대로 볼 것이고, 원칙을 버리고 ‘융통성의 무책임’에 빠지는 것도 정확하게 각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리더라도 파악된 원인의 근본을 잡아간다면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이룰 것이다. 그래서 2018년은 격쟁(擊錚)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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