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비무환’의 해

2018-01-04 (목)
작게 크게
한 해가 저물었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됐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솟아올랐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하던가. 사실 새해란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이 시간을 인위적으로 구분 지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새해에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인가 지난해와는 달리 좋은 일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그러므로 새해는 희망이다. 그래서 새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덕담이다.


한국의 교수신문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희망의 사자성어’도 그렇다. 보다 좋은 사회에의 염원을 담아 10년 넘게 발표해왔다.

그러나 한 해가 끝자락을 드러날 때가 되면 소망은 실망, 더 심한 경우는 절망으로 바뀐다. 그래서 연말에 선정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부정적 의미의 사자성어만 채택돼 오다시피 했다.

그 최악의 케이스가 2015년이다. ‘정본청원’(正本淸源-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이 그 해의 희망의 사자성어였다. 그 해 12월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그러나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암흑에 뒤덮이다)가 선정됐던 것.

지난해 2017년의 올해의 사자성어는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이전 정부를 촛불 시민의 힘으로 주저앉히고, 새 정부 출범 뒤 적폐청산에 나선 현실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면 2018년 새해의 희망의 사자성어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의 생활이 평안하고 윤택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이런 소망과 함께 일부에서 제시된 것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사람들의 삶이 평안해진다’- 정말이지 이런 염원을 품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때문에 열두 달 후, 연말이 되면 어떤 사자성어가 2018년의 사자성어로 선정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 핵 위기로 안보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에만 매달리고 있다. 올림픽을 잘 치르면 안보를 비롯한 모든 것이 만사형통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중간점수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새해 들어 북한의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 한국정부의 고위급 남북회담 제의, 2년여 끊겼던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등 남북 간 해빙무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그동안 북한은 한국의 구걸식 대화제의에 대놓고 면박을 주어왔다. 중국에게는 찬밥신세다. 미국과 일본에게는 배신자로 비쳐진다. ‘외교참사’로까지 불리어 지는 굴욕외교에 한국 사회는 점차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우선의 불안요소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독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70% 지지율에 취한 탓인가. 청와대를 비롯한 이른바 친문진영의 자폐증세는 점차 심해져 가고 있다는 진단이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2018년의 사자성어로는 어떤 것이 과연 좋을까. ‘유비무환’(有備無患- 준비하면 걱정할 것이 없음)이 아닐까. 그래야 안보도 지켜지고, 평화도 유지되고, 또 사람들도 평안한 법이니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