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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17년 베스트 텐

2017-12-2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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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의 메이저들이 어른들을 위한 진지한 영화들을 만들기를 꺼려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메이저들은 올 해도 신선한 아이디어 대신 그들의 주요 상품인 속편과 조야한 코미디 그리고 만화의 수퍼 히로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을 양산했다. 내가 메이저영화들 보다 외국어영화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올 한 해 미국과 캐나다의 극장들이 판 총 입장권의 수가 지난 2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어른들이 참신함이 없는 구태의연한 메이저영화에 식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계 영화인들이 만들고 주연한 소품 ‘콜럼버스’(Columbus)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가 감독하고 역시 한국계인 존 조가 주연한 영화는 현대건축으로 유명한 인디애나주 콜럼버스를 방문한 한국인 청년과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는 젊은 미국여자가 마을 건물을 둘러보면서 대화와 감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드라마다. 이와 함께 봉준호가 감독한 강원도 산골 소녀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돼지가 주인공인 ‘옥자’(Okja)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질이 날로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해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내놓은 ‘택시 운전사’는 후보로 오르는데 실패했다


나의 올 해 베스트 텐을 탑 원을 제외하고 알파벳순으로 적는다.

넘버 1은 마틴 맥도나가 감독한 ‘미주리주 에빙 밖의 3개의 광고’(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사진)다. 강간 살해된 딸로 인해 분노와 슬픔에 젖은 어머니(프랜시스 맥도만드)가 마을 입구 3개의 광고판에 범인을 못 잡는 경찰서장을 질타하는 내용을 쓰면서 일어나는 이 어머니와 경찰서장 등 마을 사람들 간의 후유증을 그린 강력한 드라마다.

*‘빅 식’(The Big Sick)-파키스탄계 미국인 코미디언과 백인 여인간의 인종과 문화 차이를 너머선 러브 스토리로 실화의 주인공인 쿠마일 난지아니 주연.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Call Me by Your Name)-한 여름 이탈리아의 고대문화 전문 교수 집을 방문한 미국인 대학원 인턴(아미 해머)과 교수의 17세난 아들(티모데 샬라메) 간의 동성애 사랑. 이탈리아인 루카 과다니뇨 감독.

*‘다키스트 아우어‘(Darkest Hour)-2차대전 발발과 거의 동시에 영국 수상으로 선출된 윈스턴 처칠(게리 올드맨)의 대 나치 결사항전 의지를 웅변적으로 담았다.

*‘디트로이트’(Detroit)-1967년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흑인폭동을 기록영화 식으로 다룬 긴장감 가득한 인종차별에 관한 드라마. 여류 캐스린 비글로 감독.

*‘디재스터 아티스트’(The Disaster Artist)-할리웃 사상 최악의 영화로 낙인이 찍힌 ‘룸’(The Room)을 자비를 들여 제작하고 감독하고 주연도 한 타미 와이조의 영화 제작과정을 그린 포복절도할 코미디. 제임스 프랭코가 제작·감독·주연하고 각본도 썼다.

*‘레이디 버드’(Lady Bird)-가족과 사는 동네를 떠나 자유롭게 날아가고파 안달이 난 새크라멘토의 여고 3년생(서샤 로난)의 사실적이요 상큼한 드라마. 30대 초반의 여배우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


*‘포스트’(The Post)-1971년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 비밀문서 보도 여부를 둘러싸고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탐 행스)와 여사장 캐사린 그램(메릴 스트립)이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미 정부기관의 비밀실험소의 실험대상인 물고기인간과 실험소 여청소부(샐리 호킨스)간의 환상적인 러브 스토리. 멕시칸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작품.

외국어영화 베스트 텐은 다음과 같다(알파벳 순).

*‘아 치암브라’(A Ciambra-이탈리아)-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역의 루마니아 커뮤니티에 사는 14세 소년의 눈으로 본 인종 관계와 성장기. *태풍 후‘(After the Storm·일본)-흥신소 직원이 어린 아들의 양육비 마련과 함께 전처와의 재결합을 위해 고군분투 한다. *‘BPM’(프랑스)-1990년대 초 파리의 동성애자들의 정부의 AIDS 대책 촉구와 사랑과 우정. *‘끝없는 시’(Endless Poetry·칠레)-칠레의 초현실적 영화인 알레한드로 조도로우스키의 젊은 시절 자화상. *‘팬태스틱 우먼’(A Fantastic Woman·칠레)-밤에 나이트클럽 가수로 일하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웨이트리스가 연상의 애인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삶의 새 전기를 맞는다. *‘펠리시테’(Felicite·세네갈)-골목 카페의 여가수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한다. *‘폭스트롯’(Foxtrot·이스라엘)-이스라엘 변경의 초소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아들로 인해 고뇌와 갈등에 시달리는 부모. *‘아이스 마더’(Ice Mother·체코)-겨울 강물 수영대회에서 만난 노년의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모욕’(The Insult·레바논)-기독교신자인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 난민이 모욕적인 언사를 이유로 소송을 하면서 매스컴을 탄다. *‘육과 영’(On Body and Soul·헝가리)-도살장에서 일하는 두 남녀가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을 알고 꿈을 현실화하기로 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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