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들리 스캇 감독… 몸값 흥정 등 긴장감 떨어져
▶ 개봉 앞두고 섹스스캔들 배우 빼고 재촬영 화제
게일(중간 왼쪽)이 보도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옆은 해결사 플레처.
세상의 모든 돈 (All the Money in the World) ★★★ (5개 만점)
LA의 게티뮤지엄을 세운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손자 존 폴 게티 III의 납치사건을 다룬 스릴러 드라마로 솜씨 좋은 감독 리들리 스캇의 것치고는 중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보고 즐길 만은 하나 영화가 너무 기계적이고 안전 위주로 만들어져 납치 스릴러가 줘야 할 긴장감이나 아슬아슬한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영화 내용보다도 개봉 한 달여를 앞두고 스캇이 게티 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나온 장면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기용해 재촬영, 큰 화제가 됐었다. 이유는 스페이시가 섹스 스캔들로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1975년 로마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폴(찰리 플러머-크리스토퍼와 관계 없음)이 괴한들에게 납치된다(괴한들의 두목으로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 로맹 뒤리가 나온다). 그리고 이들은 폴의 어머니 게일(미셸 윌리엄스)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으로 1,700만 달러를 요구한다.
게티가 버리다 시피한 아들 폴 II의 전처인 게일은 납치된 아들의 조부인 게티(플러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수전노인 게티는 이를 완강히 거부한다. 게티가 얼마나 짠가 하면 그는 세탁비를 아끼기 위해 자기 내복을 손수 욕실에서 빨 정도다. 그런 게티가 1,700만 달러를 납치범들에게 선선히 줄 리가 없다. 게티가 한다는 소리가 자기는
손자가 14명인데 폴의 몸값을 냈다가 다른 손자들도 납치되면 재산 탕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급해진 납치범들은 폴의 한쪽 귀를 잘라 게일에게 보내자 게일이 게티에게 아들을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나 게티는 이에 마이동풍 식이다. 그리고 게티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전직 CIA요원인 플레처 체이스(마크 왈버그)를 고용한다.
이어 중간 부분이 장시간 납치범들과 게일(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게일의 영화라고 하겠다) 간의 몸값을 위한 거래로 진행되는데 양측은 마치 물건을 놓고 값을 흥정하듯 몸값을 흥정한다. 이 흥정으로 몸값이 점점 내려간다. 이 중간 부분이 너무 장황해 지루하다. 게티는 마지막에 상당히 할인된 몸값을 지불하기로 결정하는데 그것도 대부금 형식으로 내기로 한다.
이런 게티는 희귀 고가 미술품에 대해서는 후한데 납치극 와중에도 손자의 몸값 지불은 거절하면서도 마돈나와 아기 예수의 그림을 150만 달러에 살 정도로 미술품 수집에 열성이다. 그래서 지금 게티뮤지엄도 생긴 것이다.
끝부분 경찰의 폴 구출 작전이 있기 전까지 긴장감과 스릴이 부족한 이유 중의 하나가 납치된 폴의 상황에서 그의 귀를 자르는 장면을 빼곤 전연 물리적 위험을 느낄 수가 없는 것. 그리고 찰리 플러머와 마크 왈버그는 미스 캐스팅이다. 둘 다 전연 기력이 없는 연기를 해 영화의 김을 빼는 식.
이에 반해 플러머의 간교하게 매력적이고 위엄과 살기가 도는 연기가 눈부시다. 윌리엄스도 맹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골든글로브 감독, 여우주연(드라마 부문) 및 남우조연(크리스토퍼 플러머)상 후보. 상영시간 132분. R등급.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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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