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메리 크리스마스’냐, ’해피 할러데이‘냐. 해마다 벌어져 온 크리스마스 전쟁이다. 예년에 비하면 다소 맥이 빠졌지만 올해에도 논란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 문화전쟁이야 어찌됐든 들뜬 분위기의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사람들에게 찾아드는 것은 세월의 덧없음이랄까 하는 일종의 허무감이다. 한 해가 또 이렇게 지고 있구나 하는 상념과 함께 한 가지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앞으로 몇 번이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될까.
‘당신의 나이가 50세라면 30번을 채우기 힘들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가 간접적으로 내놓은 답이다.
인간의 평균수명, 혹은 기대 수명치는 계속 늘고 있다. 로마제정시대 평균수명은 20세를 갓 넘은 정도였다는 것이 학계의 추정이다. 서기 1276년에서 1300년의 시기, 그리고 영국이란 나라에 국한된 한 조사에 따르면 그 기간에 태어난 남자아이의 평균 수명은 31.3세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33세, 혹은 34세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오히려 장수한 편이란 계산도 나온다.
그토록 짧던 인간의 평균수명은 20세기 이후 급격히 길어진다. 높은 평균수명은 그 나라가 얼마나 선진국인가 척도가 된지 오래다. 잘 사는 나라들과 못 사는 나라들을 구별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그 국민의 평균 수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발표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가장 낮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로 2016년 현재 31.88세다. 그 다음이 앙골라로 38.20세이고 잠비아도 40세 미만으로 계산됐다. 반면 서방 선진국들의 평균수명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현저하게 기대수명치가 높아지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2015년 현재로 82세를 넘어섰고 특히 2030년께 한국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를 넘어선다는 예상이다.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그런데 반대 방향의 궤적을 보이고 있다. 2014년 현재 미국인의 기대수명 치는 78.9세로 계산됐다. 그러던 것이 2015년에는 78.7세, 2016년에는 78.6세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CDC의 보고다.
무엇이 가져온 현상인가. ‘마약범람’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마약오용으로 인한 심장질환, 암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2015년 4만7000여 명에서 2016년에는 6만4000여 명)이 계속 늘면서 미국인의 평균수명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도 오래 사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느냐다. 건강수명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 74세로 발표됐다.
다른 말이 아니다. 평균수명이 82세로 산출되고 있으니까 대다수 한국인들은 말년에 8년 가까이를 병석에서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인의 건강수명은 70세가 조금 넘는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니 미국인들 역시 노년에 꽤나 오랜 세월을 병고로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서 또 한 해가 저문다. 아무쪼록 건강한 새해를 맞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