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가

2017-12-25 (월) 10:57:49 박 앤 워싱턴 문인회
크게 작게
오로지 기다리는 일뿐

버려진 폐가 한 채
주위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는 일이 없다

휑하니 들고나는 바람이 오늘은 웬일로
마당 가에서 머뭇거린다
툇마루 아래 철쭉이 고개를 내밀다가
놀란 듯 활짝 피고
틀어진 문짝이 문득 뼈대를 곧추 세우는데


온기가 있어 이 집 어딘가에 온기가 있어!

귀퉁이 내려앉은 지붕도
마당에 박힌 돌들도
모두들 수런거리는데
갑자기 안채 쪽에서 들리는 소리

- 야옹, 야옹

안채 아랫목에 막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 한 마리
털 까칠한 어미와 눈도 채 못 뜬 새끼 세 마리를
비껴가던 아침 햇살이 들여다본다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은밀하게 소곤거린다

<박 앤 워싱턴 문인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