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그 용어가 다양했었다. 본래는 ‘친박’밖에 없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 가운데 어느 쪽에 줄섰느냐를 두고 의원 분류 개념으로 쓰인 친이와 친박이 ‘친박’이란 용어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던 것이 분화에 분화를 거쳐 박근혜라는 권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어가 생겨난 것이다. 원박(원조친박), 범박(범친박), 신박(신친박), 옹박(박근혜 옹위부대) 등등.
박근혜 정권 말기에는 ‘진박’이라는 신조어가 첨가됐다. 거기다가 총선이 임박하자 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론한 ‘진실한 사람’인지를 가려낸다고 해서 ‘진박 감별사’란 말도 등장했다.
이 말들이 가리키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한국정치의 퇴행성이다. 그러니까 여권의 정치란 것은 한 마디로 주군에 대한 맹종 콘테스트였던 것. 결과는 총선 패배에 탄핵이었다.
이게 불과 1년여 전의 상황이다. 그런데 새 권력을 둘러싸고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 그래서 ‘문사모’이고 ’문팬‘이다. 그러던 것이지지 열성이 날로 높아가면서 ‘문빠’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달(Moon)레반’이라는 호칭이 생겼을 정도다.
이들은 과거의 친박, 진박 등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는 철저한 익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나 주군에 대한 ‘맹종 경쟁’에서는 한 술 더 뜬다.
어느 정도인가. 본래 같은 뿌리다. 그런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통령의 주변에 대해 충고성의 한 마디를 했다. 그러자 대뜸 적폐세력으로 몰리면서 무차별 인신공격을 당한 것이다.
이 문재인 열혈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주군에 조금만 비판을 가해도 온라인 공간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거점으로 삼아 벌떼 같이 공격을 벌인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사색당파도 모자라 소론에 노론, 골북, 육북 등 각 당파가 분화에 분화를 거듭하던 조선조 시대의 상소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들의 공격 타깃은 이제 정치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방에서 외교, 국사문제 등 문화에 이르기까지 가위 전 방위적이다. 바야흐로 ‘문빠 전성시대’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한국기자들이 문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수행하다가 중국 측 경호 인력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러자 그들은 대뜸 기자들을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조롱한다. 문 대통령 방중 외교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논리에서다.
그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다. 아예 청와대 기자단 폐지를 국민청원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건의하고 나섰다. 또 폭행당한 기자를 피해자 아닌 가해자로 손해배상을 하게 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와 있다.
그 독선, 폐쇄성, 비이성적 행태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대통령과 권력 주변은 침묵을 지킬 뿐이다.
‘무(武)를 추구하면 강해지고 문(文)을 숭상하면 풍성해진다. 벌(閥)을 좋아하면 망한다’-. 조선조 실학자 이수광의 말이다. 오늘날에도 진실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