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저 시커’(The Leisure Seeker), 암 걸린 아내와 치매 남편의 마지막 황금여행

2017-12-15 (금) 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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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부부가 겪는 해프닝 속 사랑 재발견

▶ 뭉클한 감동 미렌·서덜랜드 농익은 연기

‘리저 시커’(The Leisure Seeker), 암 걸린 아내와 치매 남편의 마지막 황금여행

존(왼쪽)과 엘라가 캠퍼를 몰고 가다 쉬면서 환담하고 있다.

암에 걸린 아내와 치매를 앓는 남편의 생애 마지막 황금여행 로드 무비로 ‘노인의, 노인에 의한 그리고 노인을 위한’ 영화다. 내용 탓에 매우 감상적이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은 충분히 즐길만한 희극적 비극이다.

이런 얘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나 두 베테런 배우 헬렌 미렌과 도널드 서덜랜드의 잘 어울리는 조화와 함께 노련한 연기 탓에 묵은 포도주를 맛보는 것 같다.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비르지의 연출 솜씨가 능숙하고 효과적인데 올 해 나온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의 노인들의 고독과 다가오는 죽음을 그린 ‘밤의 우리들의 영혼’(Our Souls at Night)을 연상케 한다.


매사추세츠 주의 한적한 마을 웰슬리에 사는 노부부 엘라(미렌)와 존(서덜랜드) 스펜서는 어느 날 집에 있는 오래된 캠퍼 ‘리저 시커’를 몰고 플로리다 주의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집을 방문하기 위해 남부로 대장정을 떠난다. 거기 가는 이유는 존이 은퇴한 20세기 영문학 교수이기 때문. 부모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발견한 스펜서네 중년의 자식들은 불난리가 났다.

급할 것 없으니 존은 시속 50마일로 서행하면서 아내와 함께 사운드트랙으로 밥 딜란과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즐긴다. 엘렌은 남부 출신으로 상냥하고 쾌활하며 씩씩한 여자이고 존은 학자다운 젠틀맨으로 가사의 주도권은 엘렌이 쥐고 있다. 둘은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는데 이번 여행도 엘렌이 제안했다.

때는 대통령 선거를 위한 유세가 한창일 때로 둘은 여행을 하면서 온갖 경험과 사건과 함께 해프닝을 겪는다. 가다가 건달들을 만나자 엘렌은 갖고 온 총으로 이들을 물리치는데 존은 학자답게 이들에게 “야간대학에 가서 공부해 새 삶을 살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존은 식당에 들를 때마다 웨이트리스에게 문학 강의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왜 총을 갖고 왔을까.

둘이 사랑하긴 하지만 역시 부부인지라 다투기도 하고 또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 의심도 하며 그 동안 감추어 놓았던 비밀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늘 둘은 자신들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한다. 끝에 가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미렌(72)과 서덜랜드(82)는 둘 다 베테런이어서 연기를 아주 쉽고 편안하게 잘 하는데 특히 미렌의 연기가 훌륭하다. 서덜랜드는 2017년도 아카데미 ‘거버너스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고 미렌은 지난 11일에 2017년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오스카 수상 후보에 오르는 자격 조건을 위해 21일까지 일부극장에서 상영된 뒤 극장서 철수했다가 2018년 1월에 본격적으로 개봉된다.

<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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