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017-12-07 (목) 08:10:26
문숙희
종가 집 50년 묵은 간장 같은 집을 나가
당신 늘상 산에 다니시던 배낭에 단출하게 짐 꾸려
산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지리산 어느 기슭 토굴 속에서
날것과 생것 한 웅큼씩 연명하시다가
타들어가는 검은 폐를 끌어안고 밤 새
가르랑거리며 목구멍을 타넘지 못하는
生과 死의 그 진득한 가래를 더는 뱉어낼 수 없어
아직은 마지막이 아닐 거라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은 남겨두고
몸 만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신 날
추석 전 날
돼지꼬쟁이 한 점 생각 난다시더니
그예 눈 감으셨다
허공에 흩뿌리다 상복에 살짝 묻혀온 아버지
또다시 소각장 불길 속으로 보내고
혼자 문턱을 넘어 왔다
망자가 타 넘지 못하는
아버지 쓰시던 그 빈 방에 앉아
그날의 돼지꼬쟁이에 가슴을 찔려
나, 마른 피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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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