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2017-12-05 (화) 08:22:54
이경주 일맥서숙 문우회 애난데일, VA
가을이 깊어지면
이제 내 것 아닌 양지
나는 외롭다
세월도 나를 잊어가고
모든 게
나대로 내 생각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없다
틀림없는 건
날마다 바보가 돼 가는 게다
깔깔한 모시 바지 적삼입고
삿자리 깐 평상에 누워
아침나절부터 해거름까지
뻐꾹새 울음에 귀 젖으며
반딧불이
어두운 덤불숲을 비출 때까지
엣 시인의 시집을 뒤척이던 시절도
별빛이 쏟아지고
둥근달이 앙상한 감나무 우듬지에 걸치고
까마귀밥에 서리 내린 밤
멀리 들려오는 장단 맞는 다듬이소리
동구 밖 개 짖는 소리
담장에 고양이 짝 짓는 정겨운 소리도
산과 들 수줍은 오솔길 따라
고운 단풍잎 주워 책갈피하고
졸졸 도랑속의 돌 뒤져 산가재 잡으며
머루 다래 개암 톡톡 깨며
그녀와 손잡고 징검다리 건너던
로맨틱한 추억도 이젠
모두 잊혀 진 바보의 세월이다
그래도 이같이
가을 호숫가 벤치에 앉아
내가 바보로 변해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음이 고맙고
삶의 존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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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일맥서숙 문우회 애난데일,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