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리가 아픈 비

2017-11-14 (화) 08:32:58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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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떠밀려 먹구름 흐른다
긴 오후 늙은 비는 계속 내렸다
희미한 가로등 감싸던 단풍잎
어둠에 눌려 길바닥에 눕는다

체온 낮아진 방에 필요한 건
기침소리 덮어줄 담요 한 장
침대 밑 손 뻗어 더듬는 건
마지막 남은 감기약 한 봉지

온기를 느끼던 골방 안은
비의 파장 속으로 들어가 숨고
바람은 물에 빠진 깃털처럼
골목을 이리저리 핥고 있다

틈새 벌어진 유리문 사이로
아픔 토해내는 소리 늘어나면
아랫목 웅크린 나를 닮았는지
비까지 서서히 허리가 아프단다.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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