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픔 부리기

2017-11-05 (일) 11:00:20 권귀순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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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닿은 해안은 방파제가 없어요
파도가 잠들기를 기다려야 해요

이 해안에 닿아서 보이는 게 있어요
시간의 어떤 얼굴은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림자를 지우고 들여다보면
편편片片마다 빛나고
흉터조차 맑게 떠오른다는 걸

서두르지 말아요
슬픔은 천천히 부려놓아요


언덕에서 구른 자전거의 페달은
골짜기에 처박힌 후에도 한참을 혼자 돌아가요
페달에 실린 힘이 스러지고 난 후에야
제풀에 멈추지요

그대 곁에서 누가 울거든
눈물을 다 비울 때까지 기다려요

고요해지는 것들의 힘을 믿어 봐요

<권귀순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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