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아지

2017-10-22 (일) 11:17:21 김영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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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강아지와 같이 살아가게 된 건 4년 전에 딸이 까만 눈과 검은색 털을 가진 생후 6주된 강아지를 옷 주머니에 담고 와서 “엄마 우리도 길러보자고” 해서였다. 나는 기겁을 했다. 남편과 나는 동물 키우는 걸 싫어했다.

집에 개나 고양이를 두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할 일이 없으면 고아라도 입양해서 기르든가 하지 저게 무슨 쓰잘머리 없는 짓일까 하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인양 교만함에 깔끔한 척 유난을 떨었었다. 그런데 흘깃 쳐다본 조그마한 이 생명에 나는 그만 빠져 들었다.

흑진주 같은 동그란 눈이 나를 보며 애기 손가락 같은 작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닌가.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눈도 겨우 뜨는 꼬맹이가 ‘사랑해 주세요’ 하는 듯 했다. 어미가 말티즈, 아빠가 치와와인 잡종이라 부모의 첫 글자를 붙여 마치라고 불렀는데 차츰 액센트가 붙어 ‘망치’ 라고 부른다.


‘망치’하고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온다. 다 떠나고 난 적적하고 답답한 집안이 되면 애교 많고 눈치 빠르게 재롱을 부리며, 안아주면 몸은 따뜻하고 털은 부드러워 정감이 가고 깔아 놓은 기저귀에 냄새 나는 대소변을 저질러 놓고 ‘치우세요’ 하는 듯 쳐다보고 있어도 귀엽기만 하다.

하루에 몇 번씩 사료 주는 것은 기본이고 병원 정기검진에 예방 주사, 기생충 약 먹이고 목욕시켜 산책 시켜주고 털, 발톱 깎이고 이빨 등등 할 일이 엄청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손해 본다는 생각이 없다. 작은 동물에게서 받는 즐거움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항상 기쁘게 만들 줄 아는 특이한 재주를 터득한 것 같다.
맑고 선량한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인생살이가 푸근해지는 것 같다.

동물과 어우러져 사는 재미를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몇 달 전 언론에 보도된 청와대에서 돌보고 있는 강아지가 우리 집 망치랑 쌍둥이처럼 닮았다. 딸은 망치를 쓰다듬으며 ‘긍지를 가져라 너를 꼭 닮은 녀석(?)도 대통령과 살고 있다’ 라며 익살을 떤다. 통계에 의하면 반려견을 두고 사는 노인들은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적다고 한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 중엔 악인이 없다고도 한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은 항상 피곤하다. 그러나 현관문을 여는 순간 열렬히 반겨주는 망치가 있어 꼬리가 떨어져라 엉덩이를 흔들며 벌렁 누었다 뛰었다 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터지고 엔돌핀이 솟아난다. 이렇게 선량해 보이는 동물을 가리켜 사람들은 왜 죄짓고 못된 악인을 보고 “개 같은 놈” 이라고 욕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김영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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