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르시시즘 페이탈리즘

2017-10-20 (금)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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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시’(Psychopathy)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하는 하위 범주로서, 공감, 죄책감의 결여, 얕은 감정, 자기중심성, 정서불안 등을 특징으로 한다. 또 사실판단 부족, 죄의식, 양심의 가책 결여, 지나친 망상 또는 영웅적 심리 등을 포함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편협되고 비합리적인 사고의 대인관계에다, 행동 내지 생활양식이 매우 충동적이며 지루함을 참지 못하여 자극적인 일들을 쉬지 않고 추구한다.

대체로 실패한 인생으로 혼자 다니며 평소 자신을 호감가게 위장해 사람을 끌어들여 이용하려 들고,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다. 이런 부류를 흔히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책을 부정하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다 욕을 먹으면 이를 빌미로 상대를 공격한다. 언어 폭행이나, 신체적 폭행, 심지어는 타인을 살해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심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의 유형은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따뜻한 애정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교육이 잘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사회적 성격이 많이 드러난다”고 분석한다.


한국에서 최근 딸의 친구를 데려와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하고 피해자가 반항하자 목 졸라 죽인 후 딸과 함께 시체를 유기해, 온 한국 땅을 들끓게 한 사건도 한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잔혹범죄로 드러났다. 범인은 평소 희귀병을 앓는 딸의 형편을 세상에 알려 마치 딸을 위해 헌신하는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세상 사람들의 동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악마의 검은 발톱이 감추어져 있었다. 그에게 걸려 숨진 피해 소녀나 그에게서 태어난 죄로 겪는 어린 딸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

사이코패스들은 이처럼 평상시는 주위에 친절한 모습을 보이다가 자신이 불리하거나 자신의 욕구가 잘 관철되지 않을 경우, 악랄하게 돌변한다. 사회에서 격리돼야 할 전형적인 문제아의 모습이다. 심리전문가들의 사이코패스 확인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이들은 통상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똑똑하거나 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신뢰를 얻을 목적으로 착한 일을 하기도 한다. 판단력이나 인식부족, 격한 감정 등으로 타인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지 못한다, 주로 남에게 기생해서 산다는 점 등이 들어있다.

내가 혹시 이런 조항에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람의 전형은 보통 실패한 삶에 대한 불만과 원망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의 균형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내 비뚤어진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명상을 권한다. 명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걱정 근심이 달아나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면서 다른 사람과 쉽게 조화를 이루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명상으로 안 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인생 실패자에 대한 조사 결과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의 결여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는 1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대인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이기주의로 아집과 노욕이 생기면서 자기도취에 몰입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또 염세적이고 폐쇄적인 생각이 지배하는 페이탈리즘(fatalism)에 빠질 수 있다. 국내 정책은 물론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 막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은 나르시시스트라는 진단을 내렸다. 말하자면 문제가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대인관계는 결국 소외되고 잘못될 확률이 많다. 지도자든 아니든 인간관계의 결과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려있음이 명확해진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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