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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파리 동성애자들 AIDS 퇴치투쟁과 우정·사랑

2017-10-2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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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빈 캄필로 감독의 경험 바탕, 지적이며 감정적인 연출솜씨

▶ 베스카야르·발라 출중한 연기, 투병·간호·절규·자살과정 뭉클

1990년대 파리 동성애자들 AIDS 퇴치투쟁과 우정·사랑

션이 거리 시위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다.

‘BPM’ ★★★½ (5개 만점)

영화제목 ‘BPM’은 심장의 박동률(Beats Per Minute)을 뜻하는 것으로 AIDS로 수많은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쓰러져가던 1990년대 파리에서 있었던 저항단체 ‘액트 업’(ACT UP)의 활동과 회원들 간의 투쟁과 우정과 사랑을 그린 훌륭한 드라마다.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고 대사와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 많고 근 2시간 반 가량의 상영시간을 이어가면서 폭발적인 마지막 30분이 오기 전까지 진행 속도가 다소 처지는 감이 있긴 하나 신념과 정열과 확신으로 가득 찬 급박하고 맹렬한 작품이다.


노골적인 동성애 장면이 있어 모든 사람에게 어필할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사회적 정치적 의미와 함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작중 인물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넘치는 감독의 배려가 가슴에 와 닿는다. 실제로 ‘액트 업’의 회원이었던 로빈 캄필로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당시 프랑스에서 AIDS에 감염되는 사람은 연 6,000명으로 이는 영국과 독일의 두 배가 되는 수치다. 이런데도 그 대응에 지지부진한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와 치료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 제약회사들에 저항하고 또 이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생긴 것이 ‘액트 업’이다.

차분하고 실제적인 티보(앙트완 레나르)가 회장으로 있는 ‘액트 업’의 열띤 토론 장면으로 시작된다. 강경파와 온건파들 간에 격한 토론이 벌어진다. 영화는 많은 이런 토론 장면과 함께 회원들 간의 개인적 관계 그리고 이들이 겪는 공포와 무기력감 및 근접성과 서로 간에 보여주는 부드러움을 교차해 가면서 진행되는데 불쑥불쑥 격렬한 시위와 파괴 장면이 이에 섞여든다. 지적이요 감정적인 연출 솜씨인데 조금 지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러 인물들 중에 중심인물이라 할 만한 사람은 AIDA환자로 극단적인 션(나우엘 페레스 베스카야르)과 나산(아르노 발라). AIDS에 감염은 안 됐지만 단체에 새로 가입한 나산과 션은 서로가 첫 눈에 가까워지면서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과 육체적인 정열 그리고 션의 궁극적 죽음이 가슴 메어지게 절실하게 그려졌다.

이들은 시위와 함께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콘돔을 나눠주고 또 고무 파우치에 가짜 피를 담아 제약회사에 쳐들어가 사방팔방에 뿌린다. 물론 경찰에 체포되나 이들에겐 그것이 오히려 큰 선전이 된다.

AIDS로 인한 속도 느린 죽음이 처음으로 아이 같은 얼굴의 제레미(아리엘 브론스틴)를 통해 묘사되는데 이와 함께 션의 상태 악화가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자세히 그려진다. 션을 돌보기 위해 아파트까지 옮긴 나산의 사랑과 지극한 간호가 감동적이다. 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는 션의 절규가 처절하다.

조용하게 가슴을 때리고 들어오는 장면은 나오는 인물 들 중의 한 사람이 선택한 약물에 의한 자살. 감상적이지 않고 민감하게 처리됐는데 그가 죽은 뒤 그의 집을 찾아온 조문객들의 슬픔이 배제된 클로스 업 된 얼굴들이 통곡보다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앙상블 캐스트의 조화와 극적 열기는 좋지만 그 반면 개개인의 묘사가 약화됐다. 그러나 베스카야르와 발라의 연기가 출중하다. 촬영과 박진한 전자음악도 좋다.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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