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비워냄

2017-10-13 (금) 12:00:00 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크게 작게
옷장에는 옷들이 꽉꽉 들어차 있고, 신발장에는 종류별 깔별의 신발들이, 부엌에는 주방 기기들로 도마 놓을 자리도 없이 널려 있다. 난 남들에 비해 가진 것이 참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둘러보니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몇 해 전 큰소리치며 이사할 때 살림살이에 반 이상을 버렸는데도 뭐가 이리도 많이 남았는지 어제 쇼핑한 옷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버리지는 않고 계속 사모으기만 하니 집이 대단히 크지 않은 이상 짐들이 넘친다.

아기 땐 공 하나로도 하루종일 놀 수 있어 만족이 큰 데 비해 어린이가 되면 점점 비교대상이 생기면서 갖고 싶은 것이 늘어간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끝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한쪽에서는 말하지만, 글쎄… 내 생각으로는 없는 자들을 위로하는 얄팍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건강도 행복도 심지어 사랑도… 이러다 보니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돈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의 환기가 필요하다.

좋은 차, 큰 집, 넘쳐나는 물건들을 가졌지만 주 70~80시간 일하고 더 많은 물건들을 사들이는 일로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며 잘 다니던 회사에 돌연 사표를 내고 편안한 쇼파와 책 몇 권만을 가진 20대 청년들이 미니멀리스트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2010 년부터 열풍을 일으켰다.

그 무렵 일본에서도 동일본 지진 이후 ‘단샤리’라는 미니멀 라이프와 흡사한 삶의 방식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날짜를 정해 버리고 나눠 주는 데에 사들이는 것 보다 더 중심을 둔 라이프 스타일이다. 이들에겐 집이 더 이상 언젠가 쓸 물건들의 창고가 아닌 치유 휴식 영감의 공간이다.

이렇듯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 삶은 생각도 정리가 빠르고 더 여유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소유보다는 경험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버리고 나누는 것에 인색해서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생각이 복잡해지고 불만이 쌓이는 것을 보니 정리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당신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

<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