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파를 넘어 행동에 나서야 할 때

2017-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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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라스베가스에서 발생한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열기가 뜨겁다. 그런 가운데 다시는 이처럼 잔혹하고 무분별한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기소지를 강력히 규제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단 연방의회 민주당은 조속한 규제입법 추진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속셈이 읽힌다.

이어지는 총기참극,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정치권의 상반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정치의 존재이유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를 등한시하고 외면해 온 게 작금의 워싱턴이다.

자위권을 근거로 수정헌법 2조는 총기소유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총기가 사용되는 실태를 보면 이런 판단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미국에서 총기가 사용되는 거의 모든 사례는 범죄자들과 극악한 살인범들의 범죄행위들이다. 정작 자위권 발동을 위해 총기가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총기는 그저 폭력과 범죄를 위한 도구가 되고 있을 뿐이다.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순 없다 해도 비를 피할 방도를 강구하는 건 얼마든 가능하다. 수정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총기소유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강력하고 다양한 규제입법을 통해 총기가 범죄도구와 흉기가 되는 상황을 줄이고 막을 수 있는 길은 많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반복되는 총기참극을 수수방관해 왔다. 딕 더빈 연방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질타했듯 이것은 “공범자와 다름없는” 직무유기다.

이번과 같은 참극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의 성공사례로 인용되는 호주는 1996년 35명이 숨지는 총기참극이 발생하자 초당적으로 강력한 내용의 규제법안을 만들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정치적 이념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이제 워싱턴도 당파를 초월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라스베가스 참사를 그저 하나의 참극의 기록으로만 남기고 넘어간다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비극적인 참사를 새로운 미국, 안전한 미국을 만드는 의미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더 큰 참극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정치권은 부디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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