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To be, or Not to be

2017-10-06 (금) 12:00:00 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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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견인이다. 우리 집에는 세 마리의 사연 깊은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 녀석들 덕분에 모든 결정에서 ‘나’는 뒷전이 되었다. 나에게는 이들이 그냥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십년 이상 애완동물과 함께 동거동락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나에게는 가족인 이들을 한낱 먹거리로 보는 사람들도 이 지구상에는 함께 존재한다.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처럼 받아들일 수가 없다. 먹을거리가 그리도 없는가, 아니면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말리는 데에도 불구하고 구지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는 이유와 마치 오래된 문화인 것마냥 미화시키면서까지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뭘까… 동물은 무슨 죄일까?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결론은,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이 낳은 희생양들이다.

소도 ,돼지도 ,닭도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도축되어진다. 먹거리 이외로 밍크나 여우, 오리, 거위, 토끼들처럼 털을 이용 가치로 하는 동물도 마찬가지고 볼거리로 가둬 두고 혹사시키는 동물원의 동물들도 모두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으로 희생되고 있다. 세상에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제일 잔인하고 무섭다는 말이 사실이다.


일년 전 즈음 일이다. 우연히 유투브에서 보게 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그날을 계기로 나는 비건(VEGAN)이라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습관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식물이 아닌 것은 먹지도 쓰지도 않는 것이다. 비건주의는 건강 증진이나 생명 보호 차원을 넘어 동물의 생태를 자연 그대로 보호하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인간이 동물을 필요에 의해 취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더 빨리 키워 마구 남발하고 결국 이 모든 것은 인간에게조차도 스스로 해가 되어진다.

요즘 아이들 문제로 발육이 너무 빨라 이 때문에 호르몬 억제제를 맞는 아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인류를 죽이는 뱀이 자기 꼬리를 먹는 꼴이다. 아직은 스스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는 비건을 지향한다. 인간은 동물뿐만 아니라 동료와 이웃과 인류에 대한 사랑과 자비심을 키우려는 수행 자세가 필요하다.

당신은 어떤 것의 생명을 하찮게 여겨도 되는 특권이 있는가?

<박소영(세종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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