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다른 하루

2017-09-24 (일) 11:11:45 박양자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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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추억을 섞어 너는
구름 위에 널어놓고 갔지
그걸 말리며 나는 조금씩 익어갔어
때론 구름 속에 감추었던
젖은 햇살 몇 조각 떼어다 눈물을 만들었지
그 눈물에 입술 축이며 나는 조금씩 숨을 쉬었어
가끔 작은 숨결 하나 건너와
귓속말로 소곤거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멍한 채 어둠 속에 앉아만 있었어
어쩌다 네가 빗물로 흘러와
텅 빈 방을 가득 채우고
겨우 잠든 나를 흠뻑 적셔주었을 때
꼭 쥐고 있던 주먹 풀어
잃어버린 긴 시간 건져내
장난감 블록처럼 쌓아 올렸어
햇살 눈부신 아침
너는 밤새 이슬 머금은 창가에
한참 머물다 떠나고
나는 남아서 고요히 견디는
또 다른 하루를 지으려고 해

<박양자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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