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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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리나 졸리 연출력의 한계 또 다시 드러내

2017-09-1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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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양민 대학살

▶ 13세 소녀의 눈으로 담아
감동이나 충격 모자라

앤젤리나 졸리 연출력의 한계 또 다시 드러내

루앙이 포탄을 피해 언덕 아래 숨어 있다.

■ 그들은 먼저 내 아버지를 죽였다 (First They Killed My Father) ★★★

유엔 대사로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며 인도주의 활동을 펴고 있는 앤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캄보디아 크메르 루지의 양민 대학살에 관한 실화로 제작 의도가 가상하고 모양새가 번듯하나 깊이와 강한 충격이 모자란다.

졸리는 캄보디아에서 아들 매독스를 갓난 아기 때 입양해 이 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캄보디아를 여러 차례 방문했고 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으로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루앙 웅(47)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루앙 웅이 쓴 자전이 원작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졸리에게 개인적으로 가까운 심혈을 기울인 대작인데 정성을 다한 마음만큼 열매는 익지를 못 했다. 졸리의 다른 연출작품들인 보스니아 전쟁을 다룬 ‘피와 꿀의 나라에서’와 태평양전쟁의 생존기 ‘언브로큰’ 등도 마찬가지로 졸리의 연출력은 열기와 깊이와 강한 힘이 모자란다.

이 영화와 같은 내용을 다룬 오스카 수상작인 롤랜드 조피 감독의 ‘킬링 필즈’(1984)의 잔인한 폭력이 던져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강력한 감동과 충격에 비하면 졸리의 영화는 너무 유순하게 폭력을 다뤘다. 13세 소녀의 눈으로 본 얘기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전인구의 4분의 1을 학살한 역사를 다룬 것으로선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나 충격이 크게 모자란다.

1975년 크메르 루지가 캄보디아를 통치하면서 프놈펜에서 정부 관리로 일하던 루앙(스레이목 사레움이 민감하고 표현력 강한 연기를 한다)의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루앙의 오빠와 언니 등은 수용소로 보내져 기아와 노동과 학대에 시달린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난 루앙의 아버지가 처형된다(이런 폭력적인 장면들이 화면 밖에서 일어나거나 아니면 흐리게 처리돼 전체적으로 영화가 맹물 마시는 기분이다.)

그리고 루앙을 비롯한 아이들도 어머니를 떠나 뿔뿔이 헤어지고 루앙은 대 베트남전쟁을 위한 소녀병이 되어 지뢰매설과 총검술을 배운다. 이런 지옥 같은 역경 속에서도 루앙은 강한 의지와 지혜를 구사해 살아남고 오빠와 언니들과도 재회한다.

136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가족의 이산과 재회 등을 폭 넓게 다루지 못하고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루앙과 루앙의 부모 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피상적으로 다뤄졌다. 루앙과 또래의 아이들이 지뢰를 피해 조심스럽게 피신하는 장면 등을 공중에서 찍은 촬영과 음악은 좋다. 15일부터 네트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며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등 일부 극장에서 상영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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