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영화] 악녀
▶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육 액션
■ ‘악녀’(The Villainess)
★★★1/2
숙희가 자기 딸을 죽인 자가 타고 달리는 버스에 매달려 있다.
가녀린 몸매에 예쁘장하게 생긴 김옥빈이 총과 칼과 도끼와 함께 손과 발 등 온 육신을 사용해 닥치는 대로 적을 살해하는 피바다 액션 스릴러로 그에 의해 황천으로 가는 남자들이 족히 백 명은 된다. 피가 끓는 살육과 복수의 영화로 장르 팬들이 박수갈채를 보낼만한데 손으로 들고 찍은 촬영과 쏜살같은 편집으로 인해 보면서 머리가 다 어질어질하다.
선혈과 총격과 칼부림 그리고 격투를 잘 다루는 한국 액션영화의 특징을 그대로 갖추었고 지나치게 잔인한 또 다른 한국영화의 특성을 과시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의 결점인 상영시간이 2시간이 훨씬 넘는다. 그러나 플롯이 배배 꼬인 내용과 함께 기술적인 면과 연기 및 인물들의 개발이 잘 된 흥미진진한 영화로 김옥빈의 기공할 액션연기가 장관이다. 올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출품작.
고도로 훈련된 킬러 숙희(옥빈)가 라이벌 갱의 본부를 침입해 좁은 복도를 따라가면서 갱 두목의 졸개들을 권총으로 사살하는 첫 장면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올드 보이’의 최민식의 살육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순전히 카메라의 눈으로 앞으로 이동하면서 찍었는데 아찔하다. 이어 숙희가 갱두목과 그의 바디가드들과 대결하는 장면에서 얼굴에 선혈이 잔뜩 묻은 숙희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리고 숙희는 경찰에 체포된다.
숙희는 연변출신으로 어릴 때 자기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살해된 뒤 갱에 의해 키워지는데 그를 키워 일류 투사와 무자비한 킬러로 만든 사람은 갱 두목 중상(신하균). 그리고 숙희는 중상과 결혼을 하는데 중상이 신혼여행에서 살해되면서 숙희는 복수의 화신이 된다.
한국의 정보부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성형수술을 당한 숙희는 인정사정없는 팀장 권숙(김서형)에 의해 자신이 임신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보부를 위해 10년간만 일하면 자유의 몸으로 놓아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킬러의 기술과 함께 연기를 공부한 숙희는 연수라는 가명으로 어린 딸 은혜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정보부의 행동지시를 기다린다. 연수의 이웃에 젊고 건장한 미남 현수(성준)이 사는데 숙희와 현수는 서로 마음이 이끌려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런데 현수는 숙희의 감시자.
느닷없이 죽은 줄 알았던 중상이 숙희의 앞에 나타나면서 숙희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이어 숙희의 아파트에서 은혜를 돌보던 현수와 은혜가 누군가가 설치한 폭탄에 아파트가 폭파되면서 모두 죽자 숙희는 완전히 혈안이 되어 자기가 사랑하던 두 사람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마지막 절정은 숙희가 자신의 철천지 원수가 타고 질주하는 버스에 매달려 버스 안으로 들어가려고 무기로 버스를 찍어내는 장면. 숙희가 이를 악물고 달리는 버스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 장면은 실로 몸 안의 아드레날린을 요동치게 하는 압권이다. 김옥빈 화이팅! 정병길 감독. 일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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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