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은과 트럼프

2017-08-17 (목)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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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핵위협이 계속되면 미국이 역사적으로 전례에 없는 “화염과 분노”를 북한에 쏟아 붓겠다고 경고했다. 북한군 총사령관은 “제 정신이 아닌” 트럼프가 계속 위협적으로 나오면 미국 영토인 괌 부근 해역에 ICBM 4기를 발사하여 미국 본토까지도 공략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외교군사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에게 현명한 조언자 역할을 할 측근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포함한 4인방이다. 짐 매티스 국방, H.R. 맥 매스터 안보보좌관 그리고 국토안보부장관이다가 백악관 비서실장이 된 존 켈리는 군 장성 출신들로 핵전쟁의 위험과 가공할 핵전쟁의 결말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트럼프의 최근 발언과 트위터 내용 이후에도 매티스가 미국의 노력이 UN 안보리의 새 북한제재 같은 외교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한 것만 보아도 그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앤 애풀바움이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는 그의 최근 칼럼을 이렇게 시작한다.

“세살배기가 정차된 차에 앉아있다고 상상해보라.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생각해보라. 스위치를 켠다…, 라디오를 튼다…, 자동차를 움직여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일만 빼놓고 모든 일을 한다.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휘발유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운전을 할 줄 알아야한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교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트럼프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생각해보라! 트위터를 통해 발표를 한다. 자신의 골프장에 머물면서 무시무시한 위협을 한다. 많은 일들을 하지만 구체적인 성공은 없다. 성공하려면 계획, 절차, 외교관들, 그리고 우방국가들 등 실질적인 도구들이 필요하다.”

여러 논객들은 북핵 위험에 대한 트럼프의 즉흥적인 반응이 가져오는 위기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자기 형 밑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F. 케네디가 집필한 “13일”이라는 책과 “자정 직전 1분: 핵전쟁 직전에 처한 케네디, 후르시초프 그리고 카스트로”란 마이클 도브스의 책 내용이 언급된다.

도브스 자신도 쿠바 미사일 위기로부터의 교훈이라는 기고칼럼을 썼다. 후르시초프가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 촉발된 1962년의 위기는 정말로 미국과 소련이 불바다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던 위기였다. 그런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읽은 “8월의 대포들”이란 바바라 턱맨의 역사책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세계 제1차 대전은 당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열강들의 지도자들의 어리석음, 개인적인 흠결, 오해 그리고 열등의식이나 우월감의 표출로 의도와는 달리 발생되었다고 역사책은 말한다.

케네디는 예측할 수 없는 사태 전개로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매일 열렸던 전략회의에서 합참의장이나 공군 참모총장 등은 소련에 대한 미국의 핵 우위가 확보되어 있어 소련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단다. 케네디는 소련의 탄도탄 하나가 미국에 도달하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죽게 될 것인가를 질문하자 60만명이라는 대답이었다.


장군들의 강경론을 일축하면서 미국의 장래, 그리고 인류의 장래를 염두에 두었던 케네디는 후르시초프에게도 운신의 폭을 제공하면서 협상으로 위기를 해결한다. 후르시초프가 쿠바에 있는 24개 중거리 탄도탄을 철거하면 6개월 이내에 터키에 있는 미국의 미사일을 철거하겠다는 비밀협상이 로버트 케네디와 도브리닌 러시아 대사 사이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당시 카스트로는 “조국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신조로 미·소가 핵전쟁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입장이었지만 케네디와 후르시초프의 대인의 금도(襟度)를 보였기에 세계 멸망 가능성의 위기를 넘겼다는 분석이다. 후르시초프가 케네디 암살에 조의를 표하자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답신에 “당신과 내 남편은 적대관계였지만 세계를 파멸시키지 않아야 된다는 결심에 있어서는 동지였습니다”라면서 “대인들은 자제와 근신의 필요성을 알지만 소인들은 때때로 두려움과 자만심에 의해 행동합니다”라고 한 것은 음미해 볼 만하다.

트럼프를 4인의 “어른들”이 억제하여 선제공격 같은 불행한 일이 예방될 수 있을까? 북한이 공격을 당하면 수도권의 2,500만 시민들이 제1차로 살상당할 무서운 가능성은 우리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중국이 손을 써서 북한의 장성들이 김정은을 제거하게 만들면 핵 위기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어떤 논객의 주장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남선우 /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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