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우리는 임기중이던 대통령을 국회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하차시켰다. 그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씨다. 90 퍼센트가 넘는 전 국민의 퇴진요구 함성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이제 그가 저지른 국정농단과 부정비리 부패의 주인공으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하루아침에 중죄인이 되어 철창에 갇혔다는 게 어디 당사자 하나만의 수난일까. 국민 전체의 슬픔이요 괴로움일 것이다. 중환자를 안방에 뉘어놓고 바로 문 밖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그런 형국의 오늘 우리의 정치판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아무튼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서도 박근혜 문제가 어떤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게 틀림없다.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씨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부각되고 있다. 왜 당당하지 못한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사에서 가상 추리는 허구일 뿐이란 말이 있지만 가령 스스로 망명의 길을 택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었더라면 지금의 박근혜씨처럼 비열하고 천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밝힐 것은 밝히고 억울한 사연은 항변하고 실정이 밝혀졌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사죄하는 그런 태도를 보였을 것만 같다.
박근혜씨는 법 앞에서 왜 이다지도 당당하지 못한가. 피곤하다, 발가락을 다쳤다, 머리 올리느라 시간이 없다, 이런 구구한 핑계로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더 발언할 기회를 갖고 항변하고 변명하고 고백하고 사죄해야 될 처지가 아닌가. 법원에서 발부한 구인장을 받고도 출석을 거부했는데 교도관들이 그를 강제로 질질 끌고 나오는 장면이 연출됐더라면 어떻게 할 뻔 했나. 정말 이 사람이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맞나 의구심마저 감출 길이 없다. 지금 국내에서 박사모 일부가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는데 혹시 꾀병 부리고 처참해진 자신의 형편을 과시함으로써 순진한 국민들의 동정심을 선동하고 그 여파로 국면전환을 기대하는 턱없는 공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씨의 이런 태도로 인해 우리나라 법의 위상마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법정에 나와 방약무인의 불성실한 증언은 물론 매번 지지자라는 사람들은 재판이 열릴 때마다 방청석에서 소란을 피우고 판사에게까지 위협을 가하고 재판을 방해하다니 국가 체면은 도대체 뭔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종결은 빠를수록 좋겠다. 이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나. 외국 언론들의 비아냥이 부끄럽기만 하다.
정계도 마찬가지다. 이구동성으로 협치를 강조하면서 탄핵재판을 지루하게 끌고 가는 것은 협치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여러 각도에서 재판 상황을 지켜볼 때 한 가지 방법으로 박근혜씨를 해외로 추방, 망명의 길로 내보내면 어떨런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정치 안정과 나라의 명성을 위해서다. 추방은 해외 여러 나라에 그의 죄상을 밝힘과 동시에 국가적 관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코 박근혜를 용서하라는 말이 아니다. 법에 따라 준엄하게 심판하고 엄중하게 형량대로 선고를 내리되 해외로 추방하여 소란의 씨앗을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다.
박근혜씨를 형무소에 넣어 봤자 그의 잔존세력들의 부당한 항거책동과 언론, 면회객들을 통해 이런저런 말장난으로 소요가 그칠 날 없을 것이다.
박근혜 망명을 생각하고 여러 계층 한인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찬성 쪽이 우세했다. 공식 통계 숫자가 아닌 만큼 공정성이 결여된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씨를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망명을 사면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최고 권력자의 망명은 결코 사면이 아니다. 타국 땅 외진 곳에 통신수단과 대인접촉을 제한시켜 놓고 생활한다는 것이 결코 국내에서의 형무소 생활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전직 대통령이자 여성이 아닙니까. 수갑을 차고 법정에 서 있는 모습이 불쌍해서 차마 쳐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권력, 재산 다 잃어버린 사람인데” 동정론이 많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망명 얘기를 꺼내자 펄쩍 뛰었다. 박근혜, 최순실 같은 국정농단과 엄청난 부정부패 범죄는 역사적 판례를 위해서라도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인간적으로 측은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 정의 수호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정통 동양 도덕성을 근간으로 하면서 서양에서 온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라다. 박근혜 망명에 물론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국민은 국민들대로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할까 머리를 맞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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