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명단 회수 베를린서 펼치는 배신·사랑
▶ 007 시리즈 연상… 샬리즈 테론 아찔 연기
로레인이 좁은 복도에서 발길질로 적을 제압하고 있다.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1/2(5개 만점)
제목 그대로 원자탄급 폭력과 격투기술을 지닌 백금발의 장신 미녀 스파이가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이중삼중의 음모와 배신을 겪으면서 닥치는대로 적국의 스파이를 때려누이는 스파이 액션 스릴러로 주인공 역의 샬리즈 테론의 핵폭탄 액션이 장관이다.
얘기에 신경 쓸 것 없이(이런 장르의 영화의 결점인 약한 얘기는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공연히 플롯이 복잡하다) 테론의 주먹질과 발길질 그리고 온 몸으로 가격하는 액션을 보면서 즐기면 될 영화다. 멋있고 아찔하고 사납고 쿨한 액션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스카 수상자인 연기파 테론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도 머리를 밀고 나와 맹렬한 액션을 구사했는데 이 영화로 명실공히 액션에 능한 배우가 된 셈이다. 이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가 나온 액션 영화 ‘존 윅’을 연출한 스턴트맨 출신의 데이빗 리치가 감독했는데 두 영화가 서로 액션 장면이 닮았다.
시대가 냉전시대여서 복고풍인데 특히 제임스 본드 영화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본드가 영국 해외첩보부인 MI6 소속이듯 테론이 영화에서 소속된 기관도 MI6여서 더 그렇다. 차갑고 스타일 갖춘 여름철 무더위를 말끔히 씻어줄 오락영화다. 그래픽 노블 ‘더 콜디스트 시티’가 원작.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직전. 영화는 처음에 얼굴과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영국 스파이 로레인 브러턴(테론)이 얼음으로 채워진 욕조에 몸을 담은 뒤 얼음이 든 보드카를 마시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막 베를린에서 돌아온 로레인이 MI6 본부에서 자기 상사(토비 존스)와 미 CIA고위 요원(존 굿맨)에게 베를린에서의 활동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장면이 과거로 돌아간다.
로레인은 망명한 러시아 스파이(에디 마산)가 가로챈 영국과 미국 스파이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회수하기 위해 베를린에 온 것이다. 여기서 로레인을 돕는 사람이 베를린 주재 영국 스파이 데이빗 퍼시발(제임스 매카보이). 그런데 완전히 베를린의 지하세계와 펑크문화에 젖어든 데이빗은 로레인의 동료이면서도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
명단 회수 과정에서 로레인은 겹치는 배신 속에서 과연 누가 적이고 누가 동료인지를 몰라 혼란에 빠지는데 러시아 스파이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스파이도 로레인을 감시하고 추적한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스파이 델핀(소피아 부텔라)과 로레인과의 관계가 자극적인데 처음에는 서로 적으로 격투를 벌이던 둘이 급기야 침대에 들어 액션만큼이나 격렬한 정사를 치른다.
영화에서 가공할 정도로 멋있고 치열하고 흥분되는 장면은 로레인이 아파트 실내와 좁은 계단에서 여러 명의 남자들을 상대로 장시간 육박전을 벌이는 것. 주먹과 굽이 칼날 같이 뾰족한 구두와 온 몸을 사용해 계단을 내려오면서 서로 치고받는데 액션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박력 있는 격투다. 이와 함께 로레인이 정원용 호스를 사용해 높은 아파트에서 지상으로 비상하는 장면도 아찔하게 멋있다. 액션을 찍은 촬영도 보기 좋다. R.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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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