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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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의 멜팅포인트 부산, 구름·야경이 빚어낸 앙상블 ‘몽환의 도시

2017-07-21 (금) 글·사진(부산)=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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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에만 볼 수 있는 기상현상 파라다이스호텔 일대 뒤덮어

▶ 촬영연구실·영화공작소 광장 등 영화체험박물관 관광 필수 코스

“부산 참 대단하다. 그저 업무상 미팅 때문에 방문했고 항구도시로만 알고 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줄 미처 몰랐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보다 오히려 나은 것 같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한 외국인이 지난해 부산 방문을 마치고 털어놓았던 소회다. ‘당연하지. 아무렴 게딱지 같은 집들만 들어선 나폴리에 비할까.’ 그들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그렇게 대꾸했다. 방문할 때마다 얼굴을 바꾸는 부산은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대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전근대와 포스트모던의 트렌드가 교차하는 부산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맛비가 세차게 퍼붓던 지난주에 둘러보고 왔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범죄와의 전쟁’ ‘해운대’ ‘친구’ ‘보안관’…. 이 영화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부산을 무대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군사정권 시절, 외국 문화와 물자의 유입이 철저히 통제되던 때도 부산으로 넘어오는 외국 문화와 밀수품들은 막을 길이 없었다. 부산은 그만큼 사고의 지향이 분방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산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의 무대가 돼온 것은 자연스럽다.

부산에 왔다면 그래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꼭 한곳 있으니 바로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전국 최초의 영화 관련 전문 전시체험시설로 지상 4층, 지하 3층으로 조성돼 영화의 원리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시설을 갖추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3층의 1전시실에는 영화역사거리와 촬영연구실, 감독의 영화철학에 대한 설명 공간, 영화공작소 광장, 편집체험시설 등을 갖춰놓았다. 4층의 2전시실은 VR시네마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눈이 신 나는 영화, 귀가 즐거운 영화라는 테마를 내걸고 아이맥스 화면과 서라운드 입체음향 등의 원리를 이해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관람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7,000원이다. 부산광역시 중구 대정로 126번길 12.파라다이스호텔을 뒤덮는 신비한 구름

부산의 관광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관광 인프라 중에는 파라다이스호텔도 빼놓을 수 없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지난 4년간 총 700억원을 투자해 진행한 리뉴얼을 마치고 최근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라면 신비한 밤구름이 빚어내는 야경을 만끽해야 한다. 해운대 밤구름은 해마다 장마철인 이맘때에만 볼 수 있는 기상현상으로 낮 동안 데워진 수증기가 밤이 돼 기온이 떨어지면 낮은 구름으로 변신해 육지로 밀려드는 현상이다. 호텔에 투숙한 날, 밤구름은 파라다이스호텔 근처에서 형성돼 달맞이고개쪽으로 몰려갔다. 해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밤구름은 불과 지상에서 200~300m 높이로 주변 건물들을 휘감으며 내려앉는 모습이 몽환적이다.

태종대의 수국

영도구 태종대 뒤편의 태종사는 수국이 유명하다.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수국이 군락을 이뤄 해마다 축제를 개최할 정도다. 이번 축제는 지난 5일 끝났지만 올해에는 개화가 늦어 아직도 풍성한 수국들이 관광객을 맞고 있다. 태종사 수국축제가 시작된 것은 2005년. 태종사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국 군락지로 평가받는데 이곳의 수국은 자생 군락이 아니라 이 절에서 40년 전부터 가꿔온 소산이다. 태종사의 수국은 일본·네덜란드·태국·중국·인도네시아 원산의 30여종 5,000여그루로 태종사 일대를 완전히 에워싸고 있다. 일명 칠면화(七面花)로 불리는 수국은 이름처럼 꽃의 색깔이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개화 초기에는 보통 흰색으로 피어나지만 흙의 상태에 따라 푸른색 또는 붉은색 꽃을 피우기도 한다. 태종사 인근에는 태종대가 있어 수국을 구경한 후 몇 발자국만 옮기며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글·사진(부산)=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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