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봉쇄 방침 천명 후 처음…중질유 180만 배럴 싣고 중국 가다 나포
▶ 美제재 대상 유조선은 아냐…베네수 “유엔 안보리에 고발” 반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카리브해에서 군사력 시위를 이어가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군이 20일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1척을 추가로 나포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동트기 전 이른 아침, 미 해안경비대는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마지막으로 정박한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놈 장관은 이어 "미국은 이 지역에서 마약 테러에 자금줄인 제재 대상 원유의 불법적 이동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을 찾아내고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도 X를 통해 나포 사실을 알리고, "그 배는 베네수엘라 그림자 선단의 일부로, 도난당한 석유를 밀매하고 마약 테러리스트인 마두로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위장 국적을 사용하는 선박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서 이뤄진 이번 나포 작전은 미 해안경비대가 주도했고, 해군을 포함한 여러 연방 기관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0일 미군이 제재 대상 유조선인 '스키퍼'(The Skipper)를 나포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추가 유조선 나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한다고 밝힌 이후엔 처음이다.
NYT는 해당 선박이 파나마 국적의 '센츄리스'(Centuries)라며, 미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제재 대상 유조선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림자 선단 소속인 센츄리스는 '크래그'라는 가명으로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180만 배럴을 선적해 중국으로 운송하고 있었으며 지난 17일 베네수엘라 해군의 짧은 호위 하에 베네수엘라 해역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베네수엘라 석유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선박의 화물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송 이력이 있는 중국 기반 석유 무역업체의 소유로 보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전 조사관이었던 제레미 패너는 "미국이 제재하지 않은 선박을 나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또 미국이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봉쇄를 시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반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잇달아 격침하는 한편 조만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군사작전' 감행을 예고하며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군사 자산을 대거 배치한 상황에서 유조선의 추가 나포로 인해 양국 간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베네수엘라 정부는 "심각한 국제적 해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베네수엘라는 성명에서 "미국 군인들이 국제 해역에서 석유를 운반하던 또 다른 민간 선박을 강탈, 납치하고 선원들을 강제 실종시킨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거부한다"면서 이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그 외 다자간 기구 및 각국 정부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하루에 약 100만 배럴을 생산한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생산량의 대부분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한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