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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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커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스펙터클 전쟁영화’

2017-07-2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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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군 38만명 스릴넘치는 철수작전

▶ 독특한 플롯.입체적 시각 스릴있게 그려

[던커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스펙터클 전쟁영화’

영국군들이 공습하는 독일 폭격기를 겁에 질려 올려다 보고 있다.



■ ‘던커크’ (Dunkirk)

★★★★(5개 만점)


처칠 영국수상이 “패배 속의 승리”라고 불렀던 2차 대전 초기 프랑스 해변 휴양도시 던커크로부터의 38만3,000여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의 해상 철수를 재현한 서스펜스 가득한 탁월한 전쟁 액션 스릴러다. 영국의 크리스토퍼 놀란(‘배트맨’ ‘인셉션’)이 감독했는데 장인의 솜씨가 역력한 매우 혁신적인 구조를 지닌 획기적인 작품이다.

얘기를 질서정연하게 플롯을 이어가면서 서술하는 대신 영상과 음악(한스 지머의 시종일관 밀어붙이고 몰아대는 불길하게 아름다운 음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음향으로 서술하는데 대사도 별로 많지 않다.

유명 스타들과 신인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데 그 어느 특정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골고루 분산시켜 작품의 이곳 저곳에 배치시켰다. 또 가급적으로 군더더기를 뺀 서술 방식과 함께 시간을 겹치거나 근접한 현재와 미래를 오락가락 하면서 정확하고 정교하게 구성했다.

2차 대전 초기인 1940년 봄 독일군에 쫓긴 영국군과 프랑스 등 연합군 38만 여명은 던커크 해변에서 자기들을 영국으로 수송할 배를 기다린다. 이야기는 육·해·공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육지의 이야기는 영국군 졸병(피온 와이트헤드)의 눈으로, 바다의 이야기는 영국을 떠나 작은 목재 요트 ‘문스톤’호에 두 10대 소년을 태우고 영국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영국해협을 건너는 민간인 도슨(마크 라일란스)의 눈으로, 그리고 하늘의 이야기는 영국 전투기 스핏화이어를 몰고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파일롯(탐 하디-영화 맨 끝에 이르기 까지 얼굴을 가렸다)의 눈으로 서술된다.

육지의 이야기는 1주일, 바다의 이야기는 하루 그리고 공중의 이야기는 1시간에 서술되는 아주 독특한 작품 구성과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디와 라일란스 외에 알려진 스타는 해안에서 철수작전을 지켜보는 해군 사령관 역의 케네스 브라나 정도다. 이와 함께 작중 인물들의 배경 설명도 전무하다. 또 2차대전 영화인데도 나치라는 말이 없고 독일군도 맨 끝에 잠깐 배경으로 희미하게 나온다.

이 영화는 일종의 생존기로 아이맥스로 찍은 뛰어난 촬영이 현실감과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려 영화 속의 공포와 혼란과 액션 그리고 전쟁의 아비규환에 빨려들어 가는듯한 사실감에 오금이 저리고 온 몸이 경색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백사장과 선착장에 이르는 다리 위에 빼곡히 줄을 지어 서 있는 군인들을 독일 폭격기가 공격할 때면 마치 직접 공습을 당하는 공포를 느끼게 되고 독일군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영국군함 속의 군인들이 수중에서 살아나려고 허우적거리는 부분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진다. 이와 함께 스핏화이어의 조종석을 비롯해 폐쇄된 공간을 십분 사용해 협소감에 심신이 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또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영국국민의 끈질긴 국민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당시 ‘문스톤’과 같은 수많은 일반 선박들이 영국해협을 거쳐 던커크에 도착해 병력을 철수시켰다.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여름에 젊은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영화가 과연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궁금하다. 스필버그의 ‘일등병 라이언 구출작전’과 함께 전쟁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PG-13.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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