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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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에 젖은 몸 태평양 바람에 식혀볼까…

2017-07-07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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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cifico Mountain (7,124’); from Alder Saddle

솔향에 젖은 몸 태평양 바람에 식혀볼까…

정상을 향해 송림사이를 오르는 등산인.

‘태평양’이란 바다의 명칭은 포르투갈의 탐험가 Fernand Magellan이 1520년에 이 바다를 항해하면서 ‘평화로운 바다’라는 뜻을 담아 “Mar Pacifico” 라고 명명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늘 안내할 산의 이름이 Pacifico Mountain (7124')인데, 이는 ‘평화로운 산’이라는 의미보다는, 19세기에 캘리포니아에서 악당 (Bandido )으로 유명했던 Tiburcio Vasquez와 그 일당들이 이 산과 함께 바로 이웃의 산인 Mt. Hillyer를 은신처로 삼아 머물 때, 이곳에서 태평양이 보인다는 취지에서 그가 붙인 이름이라고 하니, ‘망 태평양산’이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백인들에게는 ‘희대의 악당’으로 인식되었던 Vasquez였지만 지금처럼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가 지속되다 보면, 머잖아 ‘불우한 동족을 돕고, 자신의 조국 멕시코의 주권회복을 위해 투쟁하다 처형된 우국지사’ 로 기려질 가능성이 농후한 그런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라고 하겠다.


Mt. Pacifico는 San Gabriel 산맥의 북서쪽 줄기에서 가장 우뚝한 산으로 Mojave사막, Antelope Valley, Mt. Gleason을 비롯한 여러 산들의 전경을 잘 볼 수 있는데, 대개는 등산객과 마주치는 일이 많지 않은 가운데, 소나무 그늘 아래로 그 향기를 즐기며 한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이 산을 오르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가지 루트를 생각할 수 있는데, 우선 서쪽의 Mill Creek Summit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PCT를 따라가며 산행을 할 경우에는 왕복 12마일에 순등반고도가 2,200'가 된다.

또 다른 루트로 남동쪽의 Alder Saddle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에는 왕복 5마일에 순등반고도가 1,700'인 훨씬 쉬운 산행이 된다. 보통은 4시간이 소요된다. 오늘 여기서는 남동쪽에서 시작하는 짧은 산행을 안내한다.

가는 길

Fwy 210에서 La Canada의 Angeles Crest Highway(SR 2) East로 나와 이를 따라 28.2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Sulphur Springs Road라는 도로표지가 나온다. ‘Three Points’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좌회전하는데, 바로 왼쪽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보통은 Twin Peaks나 Waterman Mountain으로 산행을 할 경우에 주차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길을 따라 계속 들어간다.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길은 구간에 따라서 Sulphur Springs Road, Santa Clarita Divide Road, Pacifico Mountain Road등의 여러 다른 이름으로 표기되는 경향이 있다. 2.8마일을 가면 왼쪽에 주차공간이 있고 “Rosenita Saddle”이라고 쓰인 큰 안내판이 있다. Mt. Hillyer를 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등산시작점이다.

여기에서 1마일을 더 직진하여 3.8마일이 되면 Alder Saddle(5570')이라 불리는 곳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또 하나의 길(5N04)이 갈라지는 곳이다. 좌측 길가의 공터에 주차한다.


등산 코스

왼쪽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Pacifico Mountain Road를 따라 4마일쯤을 더 들어가면 Pacifico Mountain 정상에 이를 수 있는데, 이 도로는 상태가 거칠고 산사태나 낙석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차량통행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로 항상 게이트가 차단되어 있어, 걸어갈 수는 있지만 차량운행은 불가능하다.

오른쪽 길(5N04)을 따라 가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전체로는 비포장도로인데 처음 구간은 포장되어있다. 이 구간을 100m 쯤 따라가다 보면 , 길을 벗어나서 왼쪽으로 바짝 꺾어져 산기슭으로 올라가는 Use Trail을 볼 수 있다. 이를 따라 경사진 기슭으로 먼저 오른 다음에는 북서쪽으로 올라가는 능선의 중심을 따라 올라간다.

이따금씩 키높이의 관목들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중에 Yerba Santa, Penstemon, Chaparral Yucca 등의 식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자라고 있다. 대체로 텅 빈듯한 느낌의 부드러운 산등성이로 걷기에 편안하다. 약 1마일에 걸쳐 반듯하게 500쯤의 고도를 오르고 나면 이 봉우리의 정상(6100')에 이르게 된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큰 산괴가 Pacifico Mountain이다. 주봉의 어깨부위부터는 소나무들이 자라나 있어 제법 고도가 높은 산임을 드러낸다. 정상부는 비교적 넓게 밋밋하고 또 뒷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비탈을 따라 100'내외의 고도를 내려가면 지금까지의 첫 봉우리와 Pacifico Mountain사이의 안부가 되는데, 이곳에서 PCT를 잠시 만난다. 여기서 PCT는 주봉의 오른쪽 기슭을 타고 갈짓자의 모양으로 올라간다. 우리는 PCT의 왼쪽이면서 주봉의 가운데 쯤으로 나있는 Use Trail을 따라 거의 직선으로 반듯하게 산을 오른다.

1.4마일이 되는 지점부터는 소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숲을 이루기 시작하고, 1.6마일이 되는 지점에는 큰 바위들이 또한 무리를 지어 모여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녹이 슨 철재 용기들의 곁을 지난다. 언젠가 그 옛날에 이곳 캘리포니아에 들어와서 희망찬 미래를 향하여 뜨거운 정열을 불태웠을 서부 사나이들의 꿈의 편린일지니, 이렇게 버려진 용기들에 한많은 애틋한 사연들이 담뿍 담겨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니, ‘너와 나를 벗어난 우리네 존재 자체’에 대한 연민의 정이 아련히 우러난다.

송림이 아름답게 우거진 고원을 지나면서 비포장도로를 만난다. 1.9마일을 온 지점이다. 도로의 오른쪽 갈래를 따라 북쪽으로 향한다. 아주 평화롭고 완만한 오름길이다.
2.4마일 지점에 이르면 길 오른쪽으로 “Mt. Pacifico Campground”라는 큰 표지판이 있다. 정상에 다 온 것이다. 즉, 이 Pacifico Mountain(7124')은 야영장이 곧 산의 정상이다. 최정상점은 약 0.1마일을 더 들어가서 약간 왼쪽으로 있는 큰 바위들이 넓게 모여있는 곳이다.

야영장은 큰 소나무들 사이사이로 군데군데 바위 무더기들이 산재해 있는 제법 넓은 평지인데 여기저기 예닐곱군데에 Picnic Table과 Fire Ring들이 있고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다. 그러나 식수는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그래서 야영객이 많지 않다보니 이 야영장이 쇠락해 가거나 혹은 아예 버려진 듯한 황폐한 느낌을 주는가 보다.

다소 높은 정상의 바위에 오르면 빼어난 전망들을 두루 볼 수 있다. 그 옛날 Vasquez가 바로 저 남쪽의 Mt. Hillyer(6200') 와 함께 이곳을 은신처로 삼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동쪽으로는 Bare Mountain(6388'), 서쪽으로는 Granite Mountain #1(6600')이 지근거리이고 Mt. Gleason(6520')도 아주 가깝다. 북쪽으로는 조그맣게Little Rock 저수지의 푸른 물이 있고, 거침없이 너른 Mojave 사막이 펼쳐진다. Death Valley의 최고봉인 Telescope Peak(11049')도 그 뾰쪽한 봉우리로 식별된다. 대기가 아주 맑디 맑은 날이라면 그가 보았다는 “Mar Pacifico” 도 볼 수 있으려나!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솔향에 젖은 몸 태평양 바람에 식혀볼까…

정상부에서 본 Granite Peak(왼쪽) & Mt. Gleason.

솔향에 젖은 몸 태평양 바람에 식혀볼까…

Pacifico Mountain의 남서쪽 모습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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