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소소한 돈 이야기

2017-07-06 (목) 12:00:00 그레이스홍(주부)
크게 작게
어릴 적에 외가에 가서 동생들과 소꿉놀이를 하고 놀 때면 외할머니께서 다락에서 엽전을 꺼내와서 돈으로 사용하라고 주시곤 하셨다. 아마도 외할머니께서 비자금으로 보관했던 상평통보를 화폐개혁 때 미처 교환하지 못해서 남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중 몇 개는 아직도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다.

세뱃돈 일부도 가지고 있는데, 옛날 돈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세종대왕이 그려진 백 원 지폐와 이순신과 거북선이 도안된 오백 원 지폐들도 있다. 가끔 꺼내 볼 때면 설날 아침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40명 가까이 되는 대가족이 순서대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하면 할아버지께서 손자 손녀들에게 덕담과 함께 빳빳한 새 돈을 세뱃돈으로 주셨다. 외할머니의 상평통보도 할아버지의 세뱃돈도 지금 나에게는 돈의 기능이나 가치보다는 소중한 추억의 물품이다.


돈을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도 제각각이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는 친구에게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했더니, 차곡차곡 저축하는 자체가 기쁨이고, 돈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뿌듯한 만족감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한 친구는 평생 열심히 일해서 벌었으니 나를 위해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도 하고,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하고 자식들에게 얼마를 나눠주기도 하며 보람있게 쓰는 것을 즐거움으로 하는 친구도 있다. 특이하게 10센트 동전에 집착하는 친구도 있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에, 은색의 반짝임이 너무 귀엽다고 예쁜 유리병에 모으고 있다. 난 손녀에게 줄 선물들을 살 때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음을 느끼며 돈의 가치는 절대적이 아니라 참으로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의 CEO인 저커버그가 딸의 출산을 계기로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나길 바라면서 지분의 99%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다음 세대의 어린이들을 위한 도덕적 의무라면서.

변화하고 개혁하여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교육과 질병 예방 소통을 위해 쓴다고 한다. 돈이 권력인 세상에서 그 힘으로 미래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성숙한 생각에 존경심이 든다. 양 99마리를 가진 자는 백 마리를 채우기 위해서 돈을 벌고, 가지지 못한 자는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번다. 동서고금 누구에게나 돈은 소중하다. 하지만 세상이 기ㅡ승ㅡ전ㅡ돈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그레이스홍(주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