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아주머니 찾아라”
▶ 파리서 겪는 소동 훈훈한 코미디로
파리에서 길 잃어 (Lost in Paris) ★★★½
돔(왼쪽)과 피오나가 합심해 찾아낸 마르타(중간)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변덕스럽고 독창적이며 상냥하고 순진한 영화로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행동으로 웃기는 코미디다. 배우들의 얼빠진 모습과 그들이 저지르는 장난과 실수와 어처구니없는 짓의 타이밍이 절묘하니 완벽한 미니어처 코미디로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가 난다.
무성영화의 명 코미디언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영화와 프랑스의 코미디언 자크 타티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센 강과 에펠탑이 있는 아름다운 파리에서 찍은 촬영이 곱다.
이 영화는 벨기에 브러셀에서 활동하는 남녀 콤비 코미디언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이 제작·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또 주연까지 했는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늑하게 만들어주고 아울러 깨끗하게 비워주는 청량제와도 같으면서 정감 있게 우습다.
갈비씨에 안경을 쓴 빙충맞은 모습의 캐나다의 사서 피오나(고든)가 자기가 어릴 때 파리로 이주한 아주머니 마르타(에마뉘엘 리바-‘아무르’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프랑스 배우 리바는 지난 1월 89세로 별세)를 찾으러 파리로 간다. 88세인 마르타로 부터 자기가 혼자 있기가 힘들다고 적은 편지가 뒤늦게 온 것. 편지가 뒤늦게 온 것은 마르타가 편지를 길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기를 꽂은 배낭 하나 달랑 지고 파리에 온 피오나가 마르타의 아파트에 찾아 갔더니 마르타는 간 곳이 없다. 동네 카페에 가서 물어 봤더니 마르타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를 못 믿는 피오나는 파리 시내를 방황하며 마르타를 찾아다니다가 센 강변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천하태평의 껑충한 돔(아벨)을 만난다.
그리고 둘이 함께 마르타를 찾아 파리 시내를 샅샅이 훑고 다니다가 에펠탑까지 올라가면서 가지각색 넌센스 코미디가 벌어지는데 피오나와 돔이 저지르는 실수와 엉뚱한 행동이 재미있고 우습다. 깔깔대고 웃기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코미디다.
그런데 마르타는 안 죽었다. 노망이 든 마르타와 마르타의 옛 남자 역의 피에르 리샤르가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두 발로 추는 댄스(카메라가 발만 찍는다) 모습이 아주 정겹다. 피오나와 아벨의 연기와 코믹한 행동의 타이밍이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고 절묘하고 리바의 연기도 소박하다.
로열(웨스트LA), 플레이하우스7(패사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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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