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완순 교수가 83세의 나이로 이번 공연에서 춤을 춥니다. 은퇴하는 제게 질책하는 의미라고 하네요.”
미주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미주예총) 이병임(81) 회장이 ‘미주예총 활동사 사진전과 특별공연’을 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전통문화의 올바른 정립’이라는 변함 없는 주제로 미주예총이 선보이는 63회째 공연이다. 이 회장은 “그 동안 미주예총의 우리 전통문화 뿌리내리기 작업에 동참해 미국을 찾은 무용가와 음악가 30명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활동사 전시와 육완순, 이영희, 양길순, 이경화, 김제영씨의 축하 공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병임 회장과 미주예총은 32년을 동고동락해왔다. 1985년 창립한 미주예총에 부회장으로 참여한 이 회장은 이후 3대부터 10대 회장까지 20여년 미주예총을 이끌었고 2012년 타이거 양 국제무예도연맹 총재에게 회장직을 넘겼다가 2015년 9월 1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오늘날까지 미주예총의 활성화에 힘써온 이 회장은 “그 동안 문화예술이 대중들에게 존중 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나의 생각과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랴’하는 사명감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곤 했다”며 앞으로 미주예총을 이끌 차기회장에게 무거운 짐을 넘긴다고 밝혔다.
미주예총 회장을 지낸 30여년간 가장 보람된 일을 물으니 사진첩을 펼치듯 술술 대답이 나왔다. 1988년 창단한 ‘진달래 어린이 무용단’이 문화부와 KBS의 초청으로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공연 무대에서 무용극 ‘콩쥐팥쥐’를 선보인 기억부터 1995년 서울시로부터 ‘조국을 빛낸 해외동포’ 문화예술 분야에 권길상 작곡가, 고원 시인과 함께 선정된 일 등. 그 누구보다 한국무용의 고유한 예술성 알리기에 천착해온 그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미주예총 회장직은 내려놓지만 그에게는 평론가의 직함이 존재한다. 1968년 대한일보에 조흥동의 무용평을 게재하면서 한국 최초의 여류 무용평론가로 데뷔, 70년대 무용계 평단을 독주하다시피했다는 그는 지난 2013년 50년 평론활동을 정리해 ‘이병임 무용평론 자료집’을 출간했다. 영구소장용 한정판이 국립예술자료원,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LA한국문화원, 이화여대 중앙도서관, 한국현대무용진흥회에 기증되었고, 미주 한인이민사의 문화사적 자료로 인정돼 하버드, 스탠포드, 컬럼비아, USC 등의 도서관에 소장서로 비치되어 있다.
이병임 무용 평론은 이번 사진전에서도 읽을 수 있다. 1986~2017년 미주를 방문한 예술인 30인의 사진마다 이병임 평론글이 함께 전시된다. 고 이매방 선생을 두고 ‘나를 어멈이라 부르는 이매방에게는, 무용평론가와 무용가의 냉냉한 관계를 사랑과 정으로 녹여버리는 묘한 힘이 있다. 그런 그의 정겨움은 그의 춤속에서도 그대로 살아숨쉰다. 우리식의 사랑, 우리식의 정, 우리식의 표현이 바로 이매방 춤의 본질이다. 그는 가장 단순한 춤의 미학 ‘곰삭은 춤’으로 우리민족의 춤맥을 한 몸으로 이어가고 있는 춤의 명인이다’고 평했다. 몇 줄 안되는 글인데도 이매방 선생의 살아생전 춤추는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병임식 평론이다.
“아들 딸이 만들어준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평론 활동을 하고 우리 춤과 전통문화 알리기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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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과 30일 LA한국문화원에서 ‘미주예총 활동사 사진전과 특별공연’으로 퇴임하는 이병임 회장.
1989년 세계한민족체육대회 해외동포예술단 공연 당시 이병임(가운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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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