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쿠바를 가다

2017-06-19 (월) 12:00:00 정윤정 시스코 선임프로덕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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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래 거주해온 이들에게는 낯선 여행지일지도 모르는 쿠바는 사실 작년 한 해만 400만 명 이상이 방문한 인기 관광지이다. 최근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증가 속도에 비례하여 쿠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입점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쿠바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쿠바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헤밍웨이와 그의 저서 ‘노인과 바다’. 하늘색 카리브 해변. 형형색색 도로를 달리는 올드 카. 럼을 넣어 만든 칵테일 모히또와 다이끼리. 최상의 담뱃잎을 손으로 말아 만든 시가. 그 매력에 매료되어 캐나다인들이나 유럽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왔다.


쿠바는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되어 오랫동안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1898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퇴하며 독립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자본에 의해 경제가 좌지우지 되었고, 1959년 정권을 쥔 카스트로는 미국 기업들의 자산을 몰수하고 국교를 단절했다.

두 나라는 꾸준히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다가 작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88년 만에 역대 두 번째 대통령으로 쿠바를 방문하며 진전을 보였다.

최근 찾아가본 쿠바는 독특한 나라였다.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늘날도 배급제가 존재한다. 주민들은 빵과 공산품 일부를 배급 받는데, 시골에서는 자전거에 빵을 가득 실은 공무원이 집집마다 배급 빵을 전달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상점과 자영업자들로부터 물건 구매가 가능하다. 대신 교육과 의료는 전액 무상으로 국가가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최근 관광업은 쿠바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관광객들은 현지인들보다 24배 비싼 화폐를 이용해야 한다. 고속버스와 호텔 등은 국영이지만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택시와 민박은 현지인들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식당들도 외국인 손님을 끌기 위해 인테리어와 청결에 신경 쓴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쿠바의 변화 양상은 마치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지향하지만 세계적인 부자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국가라고도 하는데, 이에 대해 과거 덩샤오핑은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라고 말했다.

이는 또 다른 사회주의 국가인 미얀마에서도 똑같이 보이는 양상이다.

과거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의 날 선 대립은 국가적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국가와 정부는 국민들이 평안하고 윤택하게 살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던가.

오늘날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남은 곳 중 두드러지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변모하고 있는 쿠바처럼 향후 북한은 어떤 모습을 띌 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나 변화 양상이 사뭇 다를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적어도 쿠바 사람들은 신나는 살사 음악에 맞추어 길에서도 리듬을 탈 줄 아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윤정 시스코 선임프로덕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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