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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야생화 만발… 고흐의 풍경화 속을 걷는 듯

2017-06-1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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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lm View Peak (7,165’)

샛노란 야생화 만발… 고흐의 풍경화 속을 걷는 듯

PCT 구간의 등산길

광대무변의 드림랜드인 이 미국에 살고있는 우리들로서, 특히 등산에 관해서도 ‘과연 미국!’이라 느껴지는 ‘등산로’를 일별해 보자.

‘Triple Crown of Hiking’이란 표현이 있는데, 미국대륙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3개의 대표적인 장거리 등산길, 즉, 전장 2,654마일의 Pacific Crest Trail (PCT), 2,184마일의 Appalachian Trail( AT ), 3,100마일의 Continental Divide Trail ( CDT )을 지칭하는 말이다.

PCT는 캐나다와 멕시코 사이의 Washington, Oregon, California를 관통하는 태평양연안의 등산길이고, AT는 Georgia의 Springer Mountain에서 Maine의 Mt. Katahdin에 이르는 대서양연안의 등산길이며, CDT는 캐나다와 멕시코 사이의 Rocky산맥, Montana, Idaho, Wyoming, Colorado, New Mexico를 관통하는 내륙의 등산길이다.


이 3개의 등산길들은 그 하나 하나가 엄청난 거리가 되는데, 이를 다 합하면 그 거리가 7,938마일에 순등반고도가 190마일이나 된다. 지구둘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 등산길을 모두 답파한 ‘Triple Crowner’는 2017년 1월 현재 290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초의 Triple Crowner의 영예를 안은 사람은 Eric Ryback이다. AT를 16세인 1969년에, PCT는 17세인 1970년에, CDT는 19세인 1972년에 각각 답파했다.

최연소 Triple Crowner의 영예는 Reed Gjonnes라는 소녀가 차지했다. 11세(2011년)에 PCT를, 12세(2012년)에 AT를, 13세(2013년)에 CDT를 그녀의 아버지와 같이 답파했다.
2005년에 Matthew Hazley라는 사나이는 이 3개의 등산길을 연속적으로 239일만에 돌파하는 준족의 Triple Crowner가 되었다.

이 가운데 특히 PCT는 우리 가주를 1,725마일에 걸쳐 남북으로 관통하는 등산길로, PCT 전구간의 65%가 우리 가주를 지난다. 태평양에서 약 100~150마일거리의 내륙을 따라 남북으로 Sierra Nevada와 Cascade Mountain Range의 고지로 이어지는 험준한 길이다. 멕시코와 접경인 가주의 Campo에서 부터 캐나다와 미국의 접경인 British Columbia의 Manning Park의 경계까지 이어지는 동안 7개의 국립공원과 25개의 국유림을 통과한다.

1932년에 Clinton Churchill Clarke가 아이디어를 내고, 1968년에 National Trails System Act에 의해 공식화되었는데, 사유지 소유주들과의 갈등과 그 조정 등으로 1993년에야 정식으로 완비되었다.

가장 어린 나이로 PCT를 답파한 것은 Christian Thomas Geiger라는 여섯살 어린이로 그 부모와 동행했다. 보통의 등산인들은 PCT를 답파하는데 대략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2013년 8월에 Heather ‘Anish’ Anderson이라는 여성은 ‘60일 17시간 12분’에 답파했다. 2016년 8월에 Kerel Sabbe라는 27세된 벨지움의 치과의사는 ‘52일 8시간 25분’이라는 PCT산행기록을 세운다. 이는 매일 평균 50마일 이상을 답파한 속도이다.

오늘 찾아가는 Palm View Peak(7,165)은 San Jacinto산맥의 남단에 이어지는 Desert Divide라는 산줄기에 있는 산으로, PCT Hiker의 주요 식수원의 하나인 Cedar Springs에 인접한 곳이다.


PCT 남쪽 출발점으로 부터 약 165마일이 되는 지점에 있으며, PCT구간을 왕복 3.2마일에 걸쳐 걷게 되는 산행이다. 왕복 8.6마일에 순등반고도가 1,800로 어렵지 않다. 보통은 왕복 6시간이 걸린다.

Fwy 60번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Fwy 215번의 South로 갈아탄다. South로 가다가 Ramona Expressway가 나오면 여기서 좌회전하여, 이를 타고 동쪽으로 또 남동쪽으로 가다보면, SR 74(Pines to Palms Hwy)로 연결된다. 여기서 다시 좌회전하여 SR74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Hwy 243번과 만나는 곳에 있는 Mountain Center에 닿는다.

여기서 계속 SR74를 동남쪽으로 8.7마일을 더 가면, 왼쪽에 소방서와 ‘Morris Ranch Road’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Morris Ranch Road를 따라 북쪽으로 3.7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Cedar Springs Trail’이라는 표지판이 있고, 철재 게이트가 있다. 이 근처의 도로변 가장자리에 주차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120마일의 거리이다.

철재게이트를 통과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닫혀있지만 자물쇠로 잠근 것이 아니므로 게이트를 손으로 열 수 있다. Desert Divide의 중심능선에 도착하는 2.5마일의 등산구간에 이러한 게이트가 3개쯤이 계속 더 나오는데, 요령은 동일하다. 단, 통과한 뒤에는 다시 닫아놓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목장에서 사육하는 가축들의 무단이동을 막으려는 배려일 것이다.

5분쯤 가면 왼쪽으로 있는 대형 물탱크를 지나게 된다. 거목으로 운치있게 자라있는 Oak Tree들과 무성한 푸르름을 발산하는 무성한 초원이 한적하고도 풍요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오른쪽 뒤로 보이는 피라밋 형태의 산봉우리는 Pyramid Peak이다.

비가 많이 온 금년에는 특히 등산로 주변에 각종 식물들이 무성하여 ‘기화요초’의 면목을 보여준다. 각양각색의 Yucca 식물들이 풍성한 꽃을 듬뿍 듬뿍 피우고 있다.

Blue Dicks, Canterbury Bells, Monkey Flower, Apricot Mallow, Phlox 등의 꽃들이 한껏 화사하게 단장을 하고 비장의 꿀과 화분을 간직한 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바람둥이 격인 벌 나비들을 상대로 고혹적인 교태를 짓고있는 모습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우리가 단지 벌레라고 무시하고 징그러워하는 ‘미물’이, 저리도 고운 저 꽃들에게는 진시황에 버금가는 제왕이고 빈객인 것이다. 이 우주의 모든 삼라만상이 다 동등하게 귀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맑고 광활한 대자연을 걷는 기쁨이 크다.

지그재그형으로 오르는 Cedar Springs Trail을 2.5마일을 오르면 Desert Divide의 중심 Ridge Crest에 올라서게 된다. PCT와 만나는 고도 6,750의 지점이다. 왼쪽에 있는 Oak Tree의 그늘 아래에 벤치가 있다. 능선에 오르면 항용 반겨주는 시원한 서풍에 땀을 식히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전후좌우로 전망이 넓다.

여기서 왼쪽으로 나 있는 PCT북행노선( 서북방향 )을 따라간다. PCT Hiker들의 주요 식수원인 Cedar Springs는 직진하여 북쪽으로 완만히 내려가는 좁은 등산로를 따라 가면 있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겠다.

여기서 부터는 등산로변의 숲이 2013년에 있었던 대형산불로 검게 타버린 흔적이 완연하다. 그러나 불탄 나무들의 앙상한 형해가 주변에 돌출되어있는 바위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어 그 나름대로 대단히 아름답기만 하다. 주변을 드문 드문 노랗게 덮고 있는 Golden Yarrow들이 또한 금상첨화의 풍치를 이룬다.

꼬불꼬불한 줄기를 하얗게 드러내고 있는 타다 남은 Manzanita들, 청명한 햇살에 노출된 밝은 색조의 바위들, 대지를 환한 노랑으로 수를 놓은 야생화들, - 내가 마치 반 고흐의 풍경화 속에 행인으로 그려진 점 하나로 여겨진다.

완만하게 오르고 내리는 PCT를 대략 1.6마일을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불 타지 않은 나무들이 불 탄 나무들과 뒤섞여 나름대로 푸른 침엽수림을 이루고 있다. 시골의 초가집 지붕처럼 아주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둔덕같은 낮은 봉우리이다. Palm View Peak( 7,165')이다.

PCT를 벗어나 오른쪽의 덤불을 지나 0.2마일이 채 안될 가까운 거리에 있다. 불에 검게 그을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몇개 바위들이 낮게 깔려 있는 곳이 정상이다. 정상등록부가 있다. 누군가가 토로했다는 “Palm이 없는, View도 없는, Peak도 없는, 그런 Palm View Peak”에 오른 것이다.
샛노란 야생화 만발… 고흐의 풍경화 속을 걷는 듯

PCT 구간의 등산길

샛노란 야생화 만발… 고흐의 풍경화 속을 걷는 듯

Palm View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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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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