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내 손안의 스마트폰

2017-06-01 (목) 12:00:00 그레이스 홍(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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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아날로그로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고 습득했건만,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기기들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또 업그레이드되고, 신제품 출시의 주기는 더 단축되고 있어 쫓아가기가 바쁘다.

컴퓨터에 올라온 방송들을 스마트티비에 HDMI로 연결하여 불편없이 즐기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블루투스를 통하여 TV화면으로 확대해서 보고, 운전할 때면 앞유리에 3차원 영상인 홀로그램이 길을 안내해준다. 모든 은행 업무도 모바일뱅킹으로 하게 되고, 공과금도 온라인으로 처리하니 간편하다.

그뿐이랴. 영상통화로 서울의 가족들도 볼 수 있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며칠간 출장 다녀오는 딸이 한식이 먹고 싶을 것 같아서 “김치비빔국수 or 떡국“ 하며 카톡창에 올렸더니 “국수 맵게! 아직 비행 중이야” 한다. 하늘에서도 LTE가 되는 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전화기 사용 기능 중에 불과 몇 퍼센트만 사용해도 그 편리함 때문에 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뇌의 기능 중 보통 10%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편리한 전자기기에 의존하다 보면 뇌를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가 된다고 하여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입력된 번호의 버튼만 누르다 보니 가족의 전화번호조차 기억 못하는 경우,암산이 귀찮아지다 보니 계산능력의 저하로 간단한 사칙연산도 계산기에 의존하는 경우, 얼굴을 보며 대화하기보다는 메신저를 사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 운전할 때 목적지를 네비게이션에만 의존하는 경우 등등이다.

생각해 보니 외우는 전화번호가 10개 미만이고, 전에는 식사 시간이 되면 2층으로 올라가면서 큰소리로 “밥 먹어”를 외쳤건만 지금은 주방에서 전화로 “5분 뒤 식탁”이라고 하니 나도 많이 변했다.

지난 겨울에 손녀가 첫돌 기념으로 우리집에 왔을 때, 그 여린 손으로 전화기를 꾹 눌러 엄마 아빠 까까를 반복하여 외치며 siri와 대화를 시도 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 모두 박장대소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군가와 연결하려는 충동은 본능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녀가 살아야 할 세상은 인터넷이 구성하는 가상공간이 현실과 함께 삶의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그 공간이 건조하지 않고 따뜻한 감정의 교류도 넘쳐서 편리함과 함께 소통의 순기능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레이스 홍(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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