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말리부비치의 해안선을 따라 자리 잡은 유명인들의 호화 주택은 은밀한 해변의 매력을 독차지하고픈 욕망의 결과다.
로스앤젤레스(LA)를 여행할 때 도시만 보고 바다에는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는 LA를 화려하면서도 삭막한 느낌의 대도시라 단정한다. 하지만 바다를 보면 생각이 바뀐다. 바다는 한층 풍성한 느낌으로 LA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그러니 앞으로는 바다를 보지 않고는 LA를 안다고는 말하지 말자.
LA의 바다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 나는 베니스비치 같은 해변이 있는가 하면 누구의 발걸음도 닿지 않았을 것만 같은 말리부비치 같은 곳도 있다.‘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아름답다’는 뜻의 이름값을 하는 에르모사비치에서는 매년 비치발리볼 대회가 열린다.
◇말리부비치
LA에서 살고 싶은 동네를 한 군데만 꼽으라면. 부유한 베벌리힐스도, 화려한 할리우도도 아닌 말리부비치를 꼽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다 때문이다. 이곳의 바다는 태초의 모습처럼 순결하다. 그런 말리부비치에는 대저택이 줄지어 서 있어 정작 관광객들은 바다를 보기가 힘들다. 로버트 레드퍼드, 셰어, 오지 오즈번 등 유명인사들이 사는 호화 주택으로 가려진 말리부비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명소를 알고 가야 한다. 페퍼다인대다. 학내 드레셔대학원 캠퍼스의 히어로스가든에서는 말리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광경을 보면 안다. 왜 유명한 스타들이 이 해변을 꽁꽁 숨겨 두고 은밀하게 즐기고 있는지를.
◇샌타모니카비치
짧은 일정으로 LA를 방문해 한 곳의 바다밖에 볼 수 없다면 샌타모니카비치에 가보자. 샌타모니카비치는 LA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변이다. 다운타운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패션 매장,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하다. 해변 맞은편에 위치한 서드 스트리트 프롬나드는 LA 서부에서 가장 큰 쇼핑 지역으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쇼핑이나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붐빈다. 거리 곳곳에서는 연주자들이 수준급의 연주를 뽐낸다. 샌타모니카비치의 랜드마크는 퍼시픽파크라는 놀이동산이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짜릿한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베니스비치
단언컨대 이곳은 미국에서도 가장 젊은 에너지를 자랑하는 곳이다. 거리에서는 힙합 음악이 울려 퍼지고 비트에 맞춰 레게 머리와 문신을 한 젊은이들이 스케이트보드와 롤러블레이드를 즐긴다.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서핑과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청춘남녀도 빼놓을 수 없다. 동네 구석구석은 화려한 그라피티로 가득하다. 주변의 상점 역시 개성이 넘친다. 베니스비치의 대표적 쇼핑가인 오션 프런트 워크를 뒤지면 기발한 빈티지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다.
뉴욕의 맨해튼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한산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맨해튼비치는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힙합·스케이트보드 젊음이 넘실레돈도 비치는 한국 횟집도 인기◇맨해튼비치
뉴욕의 맨해튼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분위기를 자랑하는 해변이다. 그렇다고 뉴욕처럼 사람들로 북적대는 것은 아니다. 한산한 분위기다. 아담하지만 고급스러운 저택 사이로 부티크와 테라스가 있는 노천 카페, 레스토랑 등이 위치해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고급 선글라스를 낀 채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실제로 이곳은 수많은 TV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한 인기 촬영지다. 영화 ‘폭풍 속으로(원제 Point Break)’에서 주인공이 서프보드를 사는 장면도 이곳에서 찍었다.
◇에르모사비치
매년 비치발리볼 대회가 열리는 비치발리볼 명소다. 해변 전체가 비치발리볼 코트로 꽉 차 있을 정도다. 파란 바다, 하얀 백사장, 야자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채화다. 바다 이름에 붙은 ‘에르모사’는 ‘아름답다’는 뜻의 스페인어다. 이곳은 이름값을 한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이 ‘시티 오브 스타스’를 부르며 걸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많은 유명인이 살던 동네로도 명성이 자자한데 배우 잭 블랙,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 등이 에르모사에 살았다.
◇레돈도비치
비치보이스의 대표곡 ‘서핀 USA’ 노랫말에도 등장하는 해변이라 수많은 서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레돈도비치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광경은 낚시하는 모습이다. 인근에는 갓 잡은 해산물로 신선한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많다. 이곳의 다양한 해산물 레스토랑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퀄리티 시푸드(Quality Seafood, http://qualityseafood.net). 지난 1953년 문을 연 이곳은 무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레돈도비치를 지키며 여전히 성업 중이다. 레돈도비치에는 한국어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횟집도 많다. 그중에서도 해변횟집·한국횟집 등이 유명하다.
베니스비치는 미국에서도 가장 젊은 에너지를 자랑하는 곳이라 어디에서든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젊은이와 힙합 음악을 흥얼대는 청춘을 마주할 수 있다.
<
글=김면중 아시아나 편집장 사진=이충규(쿼드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