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공존
2017-05-26 (금) 12:00:00
정조은(KCCEB 코디네이터)
어렸을 때 개, 고양이, 토끼를 키워봐서인지 친숙하고 동물이라면 개부터 코끼리까지 좋다. 주변에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 있을 정도로 고양이를 그중 특히 좋아한다. 도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키워본 고양이들은 웬만한 개보다 애교가 많았다. 부르면 오고 안 불러도 오고, 그 털북숭이 몸으로 내 무릎 위에 앉아 땀이 날 때까지 뜨끈뜨끈 데워 놓는다.
어쨌든 자기가 오고 싶을 때 오고 안기고 싶을 때 오는 것이 애완동물보다는 다른 사람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기분이다. 우리 동네는 이웃집 고양이들이 집 주변에 나와 있을 때가 많다. 햇볕 쬐며 사람 구경, 차 구경하며 앉아있는 고양이들에게 친한 척하고 다가가면 내 손길을 받아주기도 한다. 퇴근길에 나를 졸졸 따라오기도 하는 아이들은 나를 마중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떨 때는 나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자리를 피한다. ‘그래, 너도 기분 따라 사람 따라 맞아주겠지’라며 섭섭하지만 내 갈 길을 간다. 동물들도 좋고 싫음이 있으니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자랐을 때는 길고양이를 참 많이 본 기억이 있다. 다가가 만지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길거리에서 많은 경험을 한 녀석들은 도주하기 바빴다. 한국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전에는 도둑고양이나 요물로만 보았다면, 고양이들의 애교와 매력도 많이 알려져 고양이 전용 동물 병원이 생겼을 만큼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자비를 내어 길고양이를 보듬어 주고 중성화 수술에 앞장서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몇몇 길고양이들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이웃들의 눈치를 보며 고양이들을 살펴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웃들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다. 영역 싸움을 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쓰레기를 뒤져 놓아 더럽혀지는 길거리 등 고양이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 주민들에게는 큰 불편함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밀집된 공간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학대에 노출된 길거리의 동물들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잘못이 없다. 그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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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은(KCCEB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