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성도 실력이다”

2017-05-26 (금) 12:00:00 박흥률 부국장·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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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김윤주양(발렌시아 고교)이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아이비리그 4개 대학 등 무려 16개 명문대에 동시 합격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김양은 하버드, 예일, 브라운, 유펜 등 아이비리그 4군데와 UC계열의 버클리·LA·샌타바바라·샌디에고 등 16개 명문대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아 이 가운데 예일을 선택했다.

그녀의 스펙을 보면 평균 GPA 4.64, 전교석차 5등, SAT 2,170점이며 과외활동도 두드러진 것이 없다. 이 정도면 아이비리그 웬만한 대학에 명함을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독특함과 개성, 강인함을 보여준 데 합격비결이 있었다. 특히 웹사이트를 만들어 리사이클링한 의류를 활용해 패션쇼도 하고 수익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주목을 받았다.

윤주양의 경우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신장, 당뇨 질환으로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에 수없이 이사를 가면서 전학을 많이 해야하는 열악한 환경가운데 오히려 경제적인 난관을 체험하면서 사회적인 약자들을 돕기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펼친 것이 차별화된 에세이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옥스포드 아카데미 출신으로 이번 가을 하버드에 입학하는 대니얼 조군과 에밀리 김양도 대학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외활동, 지적능력, 성격 등의 분야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격 부분에서 조군은 어떠한 어려움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에밀리 김양은 부모님을 존경하며 현 세계 정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현했으며 대담하고 개성이 담긴 패션 감각을 소개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반면에 학과성적은 물론 표준학력고사에서 만점을 기록했고 과외활동도 다양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하버드에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학생들은 오히려 불합격의 쓴 잔을 마셨다. 교사의 추천서를 통해 나타난 학생의 인성이 학교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의 명문대학이 학생의 인성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명문대는 졸업생들이 지도자로서 미국 사회를 이끌어가면서 자원봉사 정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또한 저명인사로 성장해 자신의 부와 재능을 모교와 사회에 환원하면서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대학의 명성을 높이는 일이며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학업적인 능력을 갖추고 왠만한 과외활동을 하는 등 스펙이 비슷할 경우 이왕이면 인성이 좋은 학생을 뽑기를 원한다. 학생의 인성은 과외활동, 커뮤니티 서비스, 에세이, 인터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원한다면 일단 학부모든 수험생이든 명문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변해야한다.

즉 명문대 입학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즉 어떤 인격의 소유자가 되길 원하는 가에 대한 목적의식을 먼저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스펙을 쌓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와 남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 정신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일 수 있게 습관화되어야한다.

결국 학부모들도 대학입시를 위한 스펙쌓기에 치중하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 인성에 바탕을 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이 성적위주로 자녀들을 키우고 인성의 문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잘 해놓아야 자녀들이 성장해서도 미 주류사회에서 건전한 시민의식으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명문대에 합격하기위해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인성교육을 시켜서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 결국 좋은 품성이 형성됨으로써 명문대 합격이라는 열매가 맺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라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지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해야한다. “인성도 실력이다”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peterpak@koreatimes.com

<박흥률 부국장·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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