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편한 호칭

2017-05-25 (목) 12:00:00 방무심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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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은 호칭에서부터 시작된다. 갓난아기의 첫 단어인 ‘엄마’로부터 수없이 많은 호칭이 이어진다. 호칭이 불편하기로 한국만한 데가 또 있을까 싶다.

나이든 시동생에게 ‘도련님’이라 부르고 손아래 시누이라는 이유로 ‘아가씨’라 부르는 것도 불편하지만, 시동생이 장가를 가면 내 서방 놔두고 ‘서방님’이라 부르는 것은 더욱 부자연스럽다.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와 같은 호칭은 여성의 자존감을 낮추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호칭은 부르고 듣는 당사자가 편해야 할 것이다. 핵가족시대, 명절 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호칭의 불편함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한국어에서 호칭과 존댓말은 유별나게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존경의 표시로 호칭을 사용했다가 상대방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떤 분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남편을 ‘아빠’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었는데 참으로 민망하였다.

요즘 시대는 결혼을 해도 얼마 동안은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것이 대세인 듯하지만, 남편이 오빠일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여러 가지 호칭이 있으며 그 호칭에 대해서 사람들은 민감하다. 한국 정부와 국립국어원은 조선시대에나 어울릴 구태의연한 호칭들을 버리고 현 시대에 맞게 호칭을 정리하여 주었으면 한다.

<방무심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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