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이름
2017-05-18 (목) 12:00:00
송윤정 / 버지니아
직장에서 열린 커리어 포럼에서 인상 깊은 강연을 들었다.
‘가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그 강연의 요지는 예전엔 가난의 문제를 가난한 사람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해결하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경우를 봐도 특정 정부를 도와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짓고 도로와 댐을 건설했지만, 그 지원의 결과는 권력을 쥔 자들을 더 부패하게 할 뿐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 오지 못했다. 강연자의 답은 ‘가난한 개개인,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우연히 같은 날,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기본 생계보장을 위한 지원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인도에서 2011-14년 마디야 프라데쉬라는 지역에서 시범 프로젝트로 6,000 명에게 직접 생계비를 지원하였는데 정부를 통한 지원보다 훨씬 효과가 컸다고 한다.
난민이나 이민 문제도 그렇다. 2011년 1월, 아랍의 봄이 시작되기 전 예멘에 출장 갔을 때, 2,500년도 더 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도 사나(Sana’a)를 둘러보고 그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했었다. 그 아름다움과 그곳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나는 난민에 관한 트럼프 정책들에 마음이 아프다.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나 개개인은 잊힌 채 한 문제의 그룹으로만 인식할 때와 개개인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문제를 대할 때 그 해결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각 개인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
<
송윤정 / 버지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