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기'라는 본능
2017-05-12 (금) 12:00:00
김주앙 / 화가
아기는 태어난 순간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반응 한다. 저들은 태중에서 단련된 오감을 통해 시, 청, 각의 촉수를 세우고 우주의 신비와 마주한다.
아기에게 연필을 쥐어준다. 꼭 잡는 힘은 아주 강하다. 흰 종이를 보여주면 아기는 신기하게 백지를 향해 연필을 마구 휘두른다. 두발을 춤을 추듯 흔들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아기의 표정은 보통 때와 완전히 다르다. 얼굴은 표현키 어려운 생기와 기쁨이 가득하다. 그런 행위는 아기의 뇌의 세포를 아주 일찍부터 건드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키운 아기들은 유년기나 사춘기 아니 청년기까지 자기만의 의지가 뚜렷한 인성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 유아기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게 하자는 말이다.
영, 유아기를 지나고 유년기가 되면 그리기 과정은 사물을 형체로 표현하려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럴 때 엄마들은 조심해야 한다. ‘미술공부를 시키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학부모 사이의 통념이 그것이다.
그리기를 가르친다? 무엇을 가르친다는 말인가. “구름은 이렇게 그리고 해는 여기에 그리고 산과 나무는 이곳에 그리고…”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기를 원하는가.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그리기’는 ‘음악’이나 ‘작문’과는 다르다. 이것은 전공과는 상관없는 자연스러운 사람의 본능적 발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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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앙 /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