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이호랑이’북한(?)

2017-05-0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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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긴장이 고조된다. 그럴 때마다 북한이 해대는 대남위협이다. 처음 이 같은 독설을 퍼부었던 때는 1994년이었다.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겁에 질려 당시 서울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측은 또 서울 불바다를 운운했다. ‘4월 전쟁설’과 관련해서. 그러나 별 동요가 없었다. 면역이라도 됐는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 신빙성 있는 이야기인가. 남쪽을 향해 1만3,000문의 북한의 장사포가 도열해 있다. 그 장사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때문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1만3,000문의 장사포의 일제 사격으로 수도권은 불바다가 되고 민간인 피해자는 수만이 넘는다는 것이다.


‘글쎄…’- 한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적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실전에서는 그러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 연평해전 때 북한군은 다연장 로켓포를 동원해 집중포격을 가해왔다. 모두 288발을 쏴댔던 것. 그 중 연평도에 떨어진 로켓포는 80발에 불과했다. 그중 불발탄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200여발은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다음해 노틸러스 연구소는 북한 장사포의 위력에 찬물을 끼얹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만일의 사태 시 남쪽을 향해 제대로 발사되는 북한 장사포는 전체의 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 장사포의 사정거리는 서울의 북부 외곽지대까지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1차 북한 측의 장사포 공격을 받으면 한미연합군은 바로 반격에 나서 북한의 장사 포진지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 피해도 수도권 일원에 효과적인 방공호 시스템이 갖추어져 생각보다 적다는 진단이다.

북한은 끝장을 보는 전쟁광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된 주장이다. 그러니까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은 북한의 반격을 불러와 제2의 한국전쟁, 혹은 국제전쟁으로 비화된다는 것이다. 그 상호파멸 논리가 그동안 미국의 대 북한 군사조치를 억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그와 반대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엄포만 놓을 뿐 북한은 ‘종이호랑이’라는 거다.

묘하게도 그 같은 주장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핵시설을 타깃으로 선제공격을 가한다. 그 경우 북한의 반격 같은 것은 없다는 거다. 오히려 공격당한 사실을 쉬쉬하며 인민이 모르게 숨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권력에, 또 그 권력이 가져다주는 쾌락에 흠뻑 취해 있다. 김정은과 현 북한의 지도부다. 그런 그들이 반격에 나서 자신의 파멸을 불러오는 모험을 한다. 그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 북한이 종이호랑이임이 판명되면 어떤 상황이 올까. 레짐 체인지를 목표로 한 모종의 대북 오퍼레이션, 혹은 직접적인 군사조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거다. 그런 상황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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