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엄마로, 아내로, 글 쓰는 사람으로

2017-04-27 (목) 12:00:00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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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글을 매주마다 쓰다보니 내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긴 날숨을 푸욱 내쉰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가정을 꾸려나가는 아내이자 엄마이다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가족들이고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확대되어 다가왔다.

결혼 전 나는 남편을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 월미도 어느 카페에서 ‘선생님 저와 결혼해요’라는 말을 겁없이 했고 대책없었던 그날의 프로포즈가 지금 사랑스러운 세 딸을 선물로 받아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듯이 무진장 고생하면서 어떻게든 건강하고자 아둥바둥 애쓰며 잘 견뎌온 그 자체가 기적과도 같다.

오래 전, 남편의 일터 변화로 인하여 무작정 이삿짐을 옮겨 싣고 떠나와야만 했었다. 그것이 어린 딸들에게는 소중한 것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버려야 했던 딸들 각자의 아픔이 되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듣고 알았을 땐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찾을 수 없는 짐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이 마음깊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러한 경험으로 인하여 각자의 소중한 것을 잘 챙기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다. 힘겹게 지냈던 그 옛일에 대해 글을 쓰면서 하나 둘씩 꺼내어 눈물 흘렸다. 글쓰는 작업은 내 스스로를 끌어안을 수 있는 깊은 배려였고 소중한 선물을 풀어가는 설레임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은 학부모가 되어 살고 있을 20여년 전의 청년들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었다. ‘결혼을 해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보인다’라는 말이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이라는 사회 속에서 겪어지는 구체적인 현실을 대면할 때 일어나는 현상과 상황을 뜻하는 나의 경험을 통한 말이었다.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세상에 둘도 없는 내 편이라고도 하는 가정의 울타리에서 부모의 습관을 복사한 듯이 닮아가는 자녀들의 모습은 대를 이어가고 있다. 내 자식들이 더 잘살기를 바라면서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는 것은 여느 집 부모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순수함과 감동이 살아 있는 풍요로운 문화에서 전달된 감성일게다. 아프고 힘든 것을 생각하고 말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좋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신이 주신 귀한 축복으로 여겨보니 희망의 푸른 하늘이 한없이 맑게 느껴진다.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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