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을 남길 것인가

2017-04-17 (월) 09:30:21 지니 조 마케팅 교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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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이미 좌석에 앉아 있던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항공사 측은 오버부킹을 이유로 이 승객에게 좌석 포기를 요구했고, 의사였던 그는 다음날 예약된 환자를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항공사 측은 그를 강제로 기내에서 하차시켰고, 이 과정에서 그는 코가 부러지고 치아가 뽑히는 중상을 입게 되었다.

이 사건의 적법 여부를 떠나, 이미 절차를 밟아 착석하고 있던 탑승객을 마치 범법자 체포하듯 끌고 나가는 모습은 놀라웠다. 이것이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CEO인 무노즈 사장이 사건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서한이었다. 그는 해당 승객을 ‘무례하고 호전적’이라고 표현 했다.


같은 비행기 안에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이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한 교사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 대부분이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며 “이 상황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사례“라고 말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즉각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문제 해결을 이유로 폭력을 쓰며, 타인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불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너희의 안전을 위해 순응하라고 할 것인가. 배가 가라앉아도 안내방송을 잘 듣고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으라고 할 것인가.

적어도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세상이 보다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 어느 것보다도 너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정의가 살아있고 정직한 사람이 승리하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아이들한테 남겨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올바른 가치 판단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용기여야 하지 않을까.

이 와중에도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보라”며 목소리를 높여 항의한 승객들이 있었고, 강제 퇴거 집행하는 경찰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친 승객도 있었다.


그리고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약간의 위로가 된다.

예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난다. 검사인 박상원이 살인을 했던 건달 친구 최민수에게 사형을 구행한다. 사형집행 후 지리산에 올라 그의 유골을 뿌리며 또 다른 친구였던 고현정이 묻는다.

그 사람 꼭 이렇게 보내야 했냐고. 보내서 뭐가 해결됐냐고… 그리고 박상원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은 몰라.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이 사건에 분개하고 규탄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그 다음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우리는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그게 문제다.”

<지니 조 마케팅 교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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