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정성이라는 양념과 사랑이라는 소스

2017-03-30 (목) 12:00:00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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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에는 이것이 좋고, 폐에는 저것이 좋고 몸에 지방을 없애는 것에는 뭐가 좋고, 뭐가 그렇게 좋은 게 많은지 이것저것 따지자면 음식이 약도 되고 독도 된다.

결혼 초에 요리도 잘 못하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고,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아서 정보력도 거의 없었다.

어디에는 뭐가 좋고 이것저것 좋다더라는 말을 듣고 그것을 만들어 주고 싶을라치면 남편은 ‘그게 뭐가 중요해, 그냥 있는 음식 잘 먹으면 그게 건강한거지’라며 큰소리다. 젊고 팔팔한 패기왕성할 때이니 그럴만했다.


지난 여름 가족여행을 떠나 숙소에 들어왔을 때, 떠나기 전 혈액검사한 결과를 보고 담당의사가 남편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특별히 약을 쓸 수 없으니 음식으로 조절을 하라고 하였다.

여행 기간동안 요리하지 않고 편하게 먹자고 제안한 남편은 아무소리 못하고 내가 해 주는 나름 건강식을 먹게 되었다. 그동안에도 김치는 물론 한국 음식은 거의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느라 외식은 가끔 하는 편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좀더 많은 정보를 찾아서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남편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무엇이 좋고 무엇이 해가 되는지 공부하고 나한테 열심히 설명해 준다. 심지어는 음식물로 인하여 인체내의 순환 관계 등을 설명하는 것이 입시생보다 더 열심이다.

남편이 한가지씩 뭐가 좋다고 해달라고 할 때 나도 모르게 깊이 눌러 두었던 무엇인가가 불쑥 올라온다. 내가 예전에 그게 좋다고 해줄 때는 뭐라하더니… 한마디 하고 싶지만 그냥 속으로만 속삭인다. 늦게나마 남편이 나서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잘 따져 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식사할 때 큰 딸이 ‘지금까지 엄마가 한 것 중에 제일 맛있어!’라는 말을 한다. 그것도 큰 소리로...지금은 남편이 웃으며 ‘지금까지 당신이 끓인 찌개 중에 제일 맛있어!’라는 말을 하며 내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늦게나마 듣는 칭찬이지만 내 입 끝이 귀에 닿듯이 기쁘고 좋다. 요리가 즐겁다. 화학 조미료 대신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육수로 맛을내는 것도 신기하고, 맛깔나게 만든 김치를 정신없이 집어 먹는 것을 보면 다음엔 뭘 할지 고민하게 된다.

맛있게 잘 먹는 게 보약으로 여기며 가족은 물론 나도 잘 먹고 있다. 요리하는 즐거움에 정성이라는 양념을 듬뿍 넣고 사랑이라는 소스를 먹음직스럽게 뿌려서 말이다.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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